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이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제재를 전면 해제하며 일본 지지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는 지난 21일(현지 시간) "일본산 식품에 대한 안전관리 조치를 정상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후쿠시마 등 5개 현 식품 수입 시 적용하던 산지 증명 첨부, 방사능 검사 등 제재가 모두 해제되며 즉시 시행됩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페이스북
대만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후쿠시마 등 원전 주변 5개 지역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가, 2022년과 2024년에 일부 제재를 완화한 바 있습니다.
식품약물관리서는 "2011년 이후 대만은 일본산 식품 약 27만 건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지만 부적합 판정은 0건이었다"며 "추가 방사능 노출 위험은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일본산 식품에 대한 특별 수입규제를 유지하는 곳은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과 러시아, 한국 정도만 남게 됐습니다.
대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격화되는 시점에 나왔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이 자위권을 발동해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에 중국은 일본 여행 자제령과 일본 수산물 수입 재중단 등 보복 조치를 취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GettyimagesKorea
대만 정치권은 일본 지지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20일 일본산 수산물로 만든 초밥을 먹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사진에는 '가고시마산 방어'와 '홋카이도산 가리비'라는 해시태그가 함께 달렸습니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도 20일 SNS에 "오늘 밤은 제가 한턱내며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했다"며 "일본산 가리비 사시미를 큰 접시로 주문했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는 "일본을 응원한다"며 대만과 일본 국기 사이에 하트 이모티콘도 붙였습니다.
민진당의 치우이잉 입법위원은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을 의식해 국가적으로 일본 여행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GettimagesKorea
대만 정치권에서는 "대만은 일본이 외롭다고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며 "일본 수산물을 더 많이 구매하고, 일본 여행을 더 많이 가는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일 대만대사 격인 리이양 주일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 대표는 21일 일본 농수산물을 적극 구매하자고 호소했습니다.
다만 장즈강 식품약물관리서 서장은 이번 조치가 일본 지지를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부인하며 "마침 행정 절차가 이때 진행됐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대만 측 결정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부흥을 후원하는 것으로 환영한다"며 "여러 기회를 통해 대만 측에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규제의 조기 철폐를 요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지지통신은 "중국이 대만 유사시를 둘러싼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반발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사실상 중지한 가운데 라이칭더 정권은 대조적으로 수입 시 장애를 없애 일본에 대한 우호 자세를 과시한 형국"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