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벨기에 기업의 카르보나라 소스를 두고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반발에 나섰습니다. 전통 레시피를 지키지 않은 '모조품'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 CNN은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이탈리아 농업부 장관이 유럽의회에 벨기에 식품기업 델라이즈의 카르보나라 소스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배경에는 해당 제품이 정통 카르보나라 레시피를 무시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델라이즈의 제품은 카르보나라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필수 재료인 구안찰레(돼지 볼살로 만든 숙성고기) 대신 훈제 판체타(이탈리아식 베이컨)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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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본고장인 카르보나라는 구안찰레와 달걀노른자, 페코리노(양젖 치즈), 후추로만 만드는 것이 정통 레시피로 여겨집니다.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에 "판체타를 넣은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제품은 이탈리아 음식을 흉내 낸 최악의 모조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 "유럽의회에 속한 국가의 매장에 이런 제품이 진열된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이런 반응은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최대 농어민협회인 콜디레티에 따르면 이탈리아 요리를 모방한 가짜 식료품으로 인한 피해는 연간 1,200억 유로(약 203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콜디레티는 가짜 제품을 만드는 곳이 대부분 선진국 기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요리를 베낀 제품에 이탈리아 국기의 색깔이나 이탈리아 명소 사진 등을 사용하는 것도 유럽연합(EU) 규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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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논란이 된 벨기에산 카르보나라 소스에도 이탈리아 국기를 연상케 하는 색깔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이 제품은 유럽 지역 매장에서 철수했다고 유럽의회가 확인했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은 각별합니다. 특히 레시피가 엄격한 카르보나라는 자주 논란이 되는 이탈리아의 대표 요리 중 하나입니다.
작년 9월에는 미국의 최대 식품기업 하인츠가 Z세대를 겨냥한 통조림 카르보나라 제품을 출시했다가 이탈리아인들의 분노를 산 바 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정부는 전통 요리를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