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결혼 비용 부족했던 새신랑... '턱시도 한 벌'로 1700만원 모은 특별한 방법

프랑스 북부 릴에서 열린 한 결혼식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신랑의 결혼 예복에 무려 26개 기업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프랑스 기업가 다고베르 르누프(Dargobert Renouf)입니다. 그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판매와 마케팅 업무를 맡아왔지만 최근 번아웃으로 수입이 끊기다시피 했고, 연인 안나 프리니나(Anna Plynina)와의 결혼을 앞두고 결혼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그가 떠올린 해결책은 예복을 '광고판'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X 'dagorenouf'X 'dagorenouf'


그가 SNS를 통해 도움을 청하자 한 스타트업 대표가 농담처럼 '정장에 우리 로고를 달아주면 500유로(한화 약 85만 원)를 내겠다'고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여러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다고베르는 재단사와 상의해 등과 가슴 같은 '메인 위치'에는 큰 로고, 소매나 옷자락 같은 곳에는 작은 로고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가격대를 세분화했습니다.


가장 큰 광고 공간은 경매를 통해 1,700유로(한화 약 289만 원)에 낙찰됐고, 나머지 공간도 위치와 크기에 따라 300~1,000유로(한화 약 51만~170만 원)씩 판매됐습니다.


X 'dagorenouf'X 'dagorenouf'


신부 안나는 처음에는 다고베르의 계획에 반대했지만, 다고베르가 '오랫동안 함께했던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우리 결혼식에 같이 참여하는 의미 있는 방식이 될 것'이라 설득하면서 두 사람 모두 이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몇 주간의 모집 끝에 총 26개 기업이 참여했고, 다고베르는 약 1만 유로(한화 약 1,700만 원)의 후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지난 10월 25일, 16명의 하객 앞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X 'dagorenouf'X 'dagorenouf'


하지만 수익 면에서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예복 커스터마이징 비용에만 5,500유로(한화 약 934만 원)가 들었고, 세금으로 2,500유로(한화 약 424만 원)를 추가로 지불해야 했습니다. 전문 촬영비 등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소폭 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다고베르는 '로고가 사진에 잘 나오도록 신경 쓰느라 누구보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X 'dagorenouf'X 'dagorenouf'


이 독특한 결혼식은 SNS를 통해 확산되며 화제가 됐고, 전 세계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습니다.


'창의적이고 재밌다'는 응원도 있었지만, '일생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신부가 스트레스 받았을 듯'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다고베르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를 가져다줬습니다. 예복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보인 그의 열정과 추진력에 감명받은 한 기업가가 미국의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할 것을 제안한 것입니다.


과거 전처와 함께 운영하던 회사를 이혼과 함께 잃었던 다고베르는 재창업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이었고, 이번 제안을 계기로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X 'dagorenouf'X 'dagorenouf'


현재 그는 차 한 대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영업직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다고베르는 "창업도 해보고 취업도 해봤지만 어느 쪽에도 완전한 자유는 없다. 결국 자유는 스스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온다"며 철학적인 소감을 남겼습니다.


다고베르는 곧 회사의 뉴욕 지사로 이동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해 떠올린 기발한 아이디어가 그의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전환점이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