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 강력한 반발을 보이며 일본 측에 즉각적인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18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이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의 베이징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엄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류 국장은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전후 국제 질서를 훼손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개 정치문서 정신을 심각하게 위배해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나이 마사아키(앞줄 왼쪽) 일본 외무성 국장과 류진쑹 중국 외교부 국장(오른쪽). 중국 위위안탄톈 캡처

특히 류 국장은 "이러한 발언의 성격과 영향은 극히 악질적이며, 중국 국민의 공분과 규탄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일본 측이 잘못된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대중 문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를 중단하며, 실제 행동으로 잘못을 바로잡아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지킬 것을 엄중히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중앙TV(CCTV) 기자의 중일 관계 전망 질의에 "현재 중일 관계 상황은 다카이치 총리가 공개적으로 대만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중국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했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일본 측은 즉각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고, 깊이 반성하며, 중국 국민에게 명확하고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담 후 온라인상에는 류 국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굳은 표정으로 가나이 국장을 내려다보고, 가나이 국장은 류 국장에게 고개를 숙인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확산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해당 영상이 관영 매체인 CCTV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에 게재된 점으로 미뤄 중국 측이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약 20초 분량의 영상에서 류 국장은 시종 굳은 표정으로 가나이 국장을 대했고, 가나이 국장은 고개를 숙인 채 류 국장의 발언을 듣거나 당황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후맥락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공개된 영상이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굴욕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장면으로 평가됩니다.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가나이 국장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양국 국장급 회담에 대해 "정기적으로 벌여온 국장급 협의"라며 "전 회는 일본에서 열려 이번에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13일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늦은 시간 초치해 공식 항의한 데 이어, 이튿날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 자제를 권고하는 등 본격적인 제재에 돌입했습니다.

이후 양국 간 우호 행사 취소, 일본 영화의 중국 내 개봉 연기 등 제재 범위를 확대하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GT)는 17일 사설격인 'GT 목소리(GT Voice)'를 통해 중국의 본격적인 '한일령'(限日令) 제재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경고성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