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방송을 허용했지만, 원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할 예정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EPL의 북한 내 방송을 승인했으나, 이에 따른 제한 조건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드러났습니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트랜스퍼 뉴스 라이브'가 14일(한국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EPL 방영에 대해 극도로 까다로운 검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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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조건은 생중계 전면 금지입니다. 북한에서는 EPL 경기가 실시간으로 방송되지 않으며, 북한 내부 편집팀의 재가공 과정을 거친 후에만 시청자들에게 제공됩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방송 내용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두 번째 제한사항은 더욱 파격적입니다. 90분간 진행되는 정규 경기 시간을 60분으로 대폭 축소 편집하여 방영한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북한 시청자들은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 번째 조건은 시각적 요소에 대한 철저한 통제입니다. 경기장 내 모든 영어 문구들이 북한식 그래픽으로 대체됩니다.
팀명, 광고판, 현장의 각종 영문 표기 등이 모두 검열 대상에 포함되어 북한 당국이 제작한 그래픽으로 덮어씌워집니다.
황희찬 / GettyimagesKorea
가장 민감한 부분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처리입니다. 트랜스퍼 뉴스 라이브는 "북한이 EPL에서 활약하는 남한 선수들의 장면을 전면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브렌트퍼드 센터백 김지수와 울버햄튼 공격수 황희찬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편집 과정에서 제거될 예정입니다.
다만 김지수는 현재 카이저슬라우테른(독일)으로 임대를 떠난 상태이며, 임대 기간 종료 후 브렌트포드 복귀 시 해당 검열이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은 경기 중 성소수자(LGBTQ+) 관련 상징이나 메시지가 담긴 장면들도 모두 편집해 제거할 계획입니다.
최근 유럽 축구계에서 소수자 인권과 다양성 포용 메시지 노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한 분량의 화면이 편집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에서 방영될 EPL은 원본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재창작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리그라 할지라도 북한의 강력한 검열 시스템 앞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