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배추, 다 가져가세요" 중국 SNS 확산된 가짜 영상, 800명 몰려 '싹' 털렸다

중국에서 '배추가 공짜니 마음껏 가져가라'는 가짜 정보가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축구장 수십 개 규모의 배추밭이 사실상 약탈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중국 CCTV 보도에 따르면, 최근 현지 SNS에는 '배추 무료'라는 제목의 영상이 빠르게 유포됐습니다. 영상에는 "배추밭이 더는 쓸모가 없다", "네이멍구 츠펑시로 오면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 정보였습니다.


문제는 이 영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지난 6일 실제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배추밭 주인 리 씨의 농장에 수백 명이 몰려들어 배추를 무단으로 가져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배추 쓸모 없어져, 가져가세요"…중국 SNS 거짓 영상에 800명 몰려 싹쓸이중국 CCTV


리 씨는 CCTV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서너 명이 찾아왔을 때는 몇 포기 가져가라고 했다"며 "그런데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더니 결국 700~800명까지 몰렸다. 아무리 말려도 통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미 판매 계약까지 마친 상태에서 수확을 앞두고 있었지만, 황당한 '약탈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일부 주민들은 마대자루를 들고 오거나 자전거·자동차를 이용해 배추를 싹쓸이했습니다. 피해 면적은 약 13헥타르, 축구장 18~20개 규모이며 피해액은 100만위안(약 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츠펑시 당국은 즉시 합동조사팀을 꾸려 사건 경위를 확인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를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법적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왕웨쉬 변호사는 "허위 정보를 퍼뜨려 농가에 직접적인 손실을 초래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고의적 영상 조작이나 조직적 확산으로 공공질서를 교란했다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난카이대 조우 빙젠 교수도 "여럿이 함께 움직이면 처벌받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한 오해"라며 "이번 사안은 '집단 약탈'에 해당하며 최대 15일 구류와 벌금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비슷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폴란드에서는 '감자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가짜 정보가 퍼지면서 주민 수백 명이 몰려들어 수확 후 쌓아둔 감자 150톤을 통째로 가져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에는 굴착기와 짐수레까지 동원돼 논란이 더욱 커졌습니다.


온라인 허위 정보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실제 농가의 생계를 위협하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어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사 이미지"공짜로 가져가라" 가짜 영상에 150톤 감자 도난 사건이 발생했던 폴란드 / odditycent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