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문화유산 보고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절도 사건과 관련해 충격적인 보안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박물관의 영상 감시 시스템 비밀번호가 '루브르(LOUVRE)'라는 단순한 형태였던 것으로 밝혀져 보안 의식 부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는 프랑스 매체 리베라시옹을 인용해 2014년 프랑스 국가사이버보안국(ANSSI)이 실시한 루브르 박물관 영상 감시 시스템 감사에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 GettyimagesKorea
정부 내부 문서에 따르면 당시 감사 과정에서 박물관 보안 시스템의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14년 이후 진행된 추가 보안 감사에서는 20년 된 구식 소프트웨어 사용 등 다른 심각한 보안 결함들도 발견됐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측이 이러한 감사 결과를 받은 후 비밀번호를 변경했는지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이 발표한 2018~2024년 루브르박물관 운영 분석 보고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독립 헌법기관인 회계감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박물관은 해당 기간 동안 작품 구매에 1억500만 유로(약 1700억원)를 투입한 반면 보안 현대화 계획에는 단 300만 유로만 배정했습니다.
같은 기간 시설 리모델링에는 6350만 유로, 기본적인 인프라 유지 보수에는 2670만 유로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극심한 투자 불균형은 박물관 경영진이 보안보다는 눈에 띄는 사업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안 투자 소홀의 결과는 현장에서 확인됐습니다. 세계적인 명화 모나리자가 전시되어 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드농관의 경우, 2024년 기준으로 전체 전시실의 3분의 1 가량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공예품 전시실이 위치한 리슐리외관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 4분의 3이 감시카메라 없는 보안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러한 보안 공백은 결국 대규모 절도 사건으로 이어졌습니다.
4인조로 추정되는 절도범들은 지난달 19일 오전 9시30분께 루브르 박물관 아폴롱 갤러리에서 8800만 유로(약 1466억7000만원) 상당의 프랑스 왕실 보석 컬렉션 8~9점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절도범들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박물관 외벽 창문으로 침입한 후 약 7분 만에 절도 행위를 완료하고 전동 스쿠터를 타고 도주했습니다. 특히 관람객이 많은 개장 직후 시간대에 이처럼 대담한 범죄를 저질러 충격을 안겼습니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피의자 4명을 체포해 구속했습니다.
이들 중 3명이 실제 절도 행위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공범 1명은 여전히 도주 중인 상태입니다.
루브르 박물관 / GettyimagesKorea
나폴레옹 1세가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도난당한 유물들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