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최고 교리 기관인 교황청 신앙교리부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동 구세주' 칭호 사용을 금지하는 공식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수세기 동안 가톨릭 내부에서 격렬하게 논의되어 온 성모 마리아의 구원 역할에 대한 신학적 논쟁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4일 가톨릭뉴스에이전시(CNA)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이날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세주'로 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교황청은 "성모 마리아는 예수를 낳음으로써 모든 인류가 기다렸던 구원의 문을 연 것"이라며 공동 구세주가 아닌 신과 인류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했습니다.
신앙교리부는 '공동 구세주' 대신 '하느님의 어머니'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7일 레오 14세 교황의 승인을 받은 새로운 교령에 근거한 것으로, 신앙교리부 장관인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의 서명을 통해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인류를 구원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는지에 대한 논쟁은 수백 년간 가톨릭교회 내부의 뜨거운 쟁점이었습니다.
교황 레오 14세 / GettyimagesKorea
지지 측은 마리아의 구원 사역 참여를 공식 교의로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반대 측은 이러한 칭호가 성모 마리아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다른 기독교 교파와의 일치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습니다.
역대 교황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성모 마리아는 그녀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아들로부터 아무것도 가져가려 하지 않았다"라며 '공동 구세주' 칭호에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보수적 성향의 베네딕토 전 교황 역시 같은 입장을 보였습니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 GettyimagesKorea
반면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은 초기에 '공동 구세주' 칭호를 지지했으나, 교황청 신앙교리부의 회의적 반응을 받아들여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공개 석상에서 이 칭호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이번 지침에 대해 "일부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가톨릭 신자들이 마리아 공경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양극단을 피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추기경은 또한 "우리는 대다수 신자들의 관심사가 아닌 문제들, 그리고 마리아에 대한 사랑에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보태지 않는 문제들로 신앙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신자들의 신앙을 보살피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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