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선포 이후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 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계엄 당시 대통령경호처 간부들이 증인으로 나와 윤 전 대통령의 당시 언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2025.7.4 / 뉴스1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을 열었습니다.
계엄 당시 경호처장을 지냈던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증인 신문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공관촌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의중을 자주 드러냈다고 증언했습니다.
박 전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막으라'는 지시는 명확히 내린 적은 없으나,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의 언행 등을 종합했을 때 "그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받아들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그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공관촌 내 국방부 장관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당시 경찰 수사관 1명의 출입을 허용하자 윤 전 대통령은 "왜 들여보냈느냐"며 크게 질책했습니다.
박 전 처장은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막으라고) 반복해서 지시하지 않아도 제가 크게 혼났다는 소문이 나고, 다른 사람이 오히려 더 신뢰받는다는 얘기가 돌면서 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 뒤로는 압수수색이나 그런 게 들어와도 대통령 방침에 어긋나는 의견을 표시하면 다 박살 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특검 측이 '그 일을 계기로 수사기관을 들여보내면 안 된다는 게 대통령 방침이라고 명확히 인식하게 된 것이냐'고 묻자 박 전 처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박 전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이 식사 자리에서도 수사 전반에 대해 굉장히 불만이 많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탄핵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수사부터 개시하고, 현직 대통령인데 일반 범죄자처럼 소환해서 수사하는 것들에 대해 전부 불법이고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밝혔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경호처는 완화된 입장에서 대처하려고 했지만, 변호인단은 공수처가 들어오면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공수처를 정문에서 대기시키고 수색영장을 승낙하지 않는 게 적법하게 대응하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4 / 뉴스1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관여한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삭제를 지시했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습니다.
앞서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 등은 김 전 차장으로부터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비화폰 통화기록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직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자신과의 비화폰 통화내역을 언론에 공개한 일을 보안사고로 보고 대책을 찾으려 했을 뿐 삭제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한 후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을 직접 신문하면서 "(지난해 12월 7일 통화에서) 수사기관에서 통화내역을 비공개로 들여다봤다 하면 이걸 보안사고라고 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김 전 차장은 "(나랑 통화하면서) 홍장원 통화내역이 공개됐는데 이거 보안사고입니다 말한 거 기억나냐"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질문에 모두 동의하는 답변을 했지만, 특검 측은 "홍장원 (보안사고)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고 수사기관에서는 진술하지 않았는데, 피고인 질문에 맞춰 허위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김 전 차장은 "지금도 구체적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지난번 (재판에서) 보안사고 얘기를 듣고 집에 가서 떠올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재구속된 이후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에 나오지 않다가 최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과 체포방해 혐의 재판에 연달아 출석하고 있습니다.
재판이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자신과 직접 소통했던 핵심 인물들이 증인으로 나오자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