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이 주고받은 농담이 전 세계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빈 방한한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중국산 스마트폰 샤오미를 선물하며 벌어진 일화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시 소노캄 그랜드볼룸에서 한중 국빈만찬에 앞서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2025.11.2 / 뉴스1(대통령실 제공)
정상회담 후 선물 교환 시간에 시 주석이 전달한 샤오미 스마트폰을 받아든 이 대통령은 "통신보안은 잘 되느냐"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이에 시 주석은 "뒷문(백도어·해킹 수단을 의미)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라"고 받아치며 두 정상이 함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 "각 국가들은 서로를 감시한다는 걸 공공연한 비밀로 하고 있지만, 세계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간첩 행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지난 주말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과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 사이의 농담이 화제가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NYT는 "시 주석이 공개 석상에서 즉흥 발언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교류"라며 "유쾌한 만남은 경제 협력으로 양국 관계를 강화하려는 두 정상의 노력을 반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존 델러리 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흥미로운 점은 각국 정상들은 만날 때 '나는 너를 감시하고, 너는 나를 감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첩보 활동과 감시라는 비밀스러운 세계를 장난스럽게 언급하며 웃어 넘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시 소노캄 그랜드볼룸에서 한중 국빈만찬에 앞서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2025.11.2 / 뉴스1(대통령실 제공)
영국 가디언도 3일 "시 주석이 간첩과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농담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화가 TV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시 주석의 거침없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디언은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불로장생'에 대해 나누던 대화가 우연히 공개된 일과 비교하며 매우 드문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AFP통신 역시 "시 주석은 간첩 행위에 관해선 당연하고 농담하는 모습 자체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시 주석이 10여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이 대통령과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시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5.11.2 / 뉴스1(대통령실 제공)
용산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이틀간 정상회담에서 여러 차례 만난 두 정상이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증거"라며 "환영식과 선물 교환, 만찬과 문화 공연까지 두 정상은 서로 소통하고 개인적인 케미를 쌓을 수 있는 여러 기회를 가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샤오미가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중국산 제품이 간첩 활동에 쓰인다는 지적을 해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샤오미를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중국의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와 거래한 미국 기업은 향후 국방부 계약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주장들을 전면 부인해 왔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GettyimagesKorea
한편 중화권 온라인에서는 이 농담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중국 내 관영매체들은 샤오미 농담 관련 내용을 보도에서 제외했습니다. 중국 포털 바이두, SNS 샤오훙슈 등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의 국빈 방한과 APEC 정상회의 참석 결과에 대해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화통신은 3일 "이번 회담은 중한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며 "양국 정상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심도 있는 소통을 통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