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킥보드 업계의 어두운 실상이 내부 고발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업계 선두 업체에서 고객상담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직원이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에 대한 회사의 대응 매뉴얼을 폭로한 것인데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지난 3일 JTBC는 2023년 한 대형 공유 킥보드 업체에서 고객상담을 담당했던 A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A씨는 무면허 청소년 사고 발생 시 회사의 대응 지침이 철저한 책임회피였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상담 직원들에게 "무면허 운전을 하면 우리는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안내하라는 구두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정해진 대본까지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A씨는 "가이드로 나왔던 것들을 말씀 드리자면 '면허가 인증이 되는 게 법제화되길 바랍니다. 근데 법제화가 안 됐는데 저희가 어떻게 강제를 하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대답하라고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소년이 부모 명의로 킥보드를 이용하다 사고를 낸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는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A씨는 회사 측이 "네(부모)가 관리 소홀히 해서 그런 거다. 누가 그렇게 인증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핸드폰을 방치하랬냐"라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무면허 사고 피해자에게도 "우리는 보상을 안 해준다. 그거는 이용자한테 가서 따져라"는 식으로 일관되게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A씨는 "모든 게 기승전 그냥 책임 회피였다"며 "법꾸라지 같은 느낌이 굉장히 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JTBC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대응이 우연이 아니라 계획적이었다는 점입니다. JTBC가 입수한 해당 업체의 2022년 대관전략 문건에는 면허 등록 의무화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전략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문건에는 '면허가 가장 쟁점'이라면서 '면허를 등록하지 않아도 이용을 막지 못하게 하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지자체와 국토부가 부정적으로 보겠지만 불법이 아니므로 막지 못할 것'이라는 표현은 규제 사각지대를 악용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는 사실상 청소년 무면허 운행을 방조하며 수익을 추구해온 것으로 해석됩니다.
A씨는 이러한 전략의 배경에 대해 "주이용층이 10대고 20대니까 업체 입장에서는 캐시카우를 버리는 입장이라 (면허 인증 의무화를) 일부러 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업계의 이러한 행태는 공공안전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면허 인증 시스템 도입과 함께 업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유 킥보드는 만 16세 이상이면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없이도 이용할 수 있어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9년 447건에 그쳤던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2021년 1,735건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고, 2023년 2,389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