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코피노' 버리고 도망간 아빠들… 얼굴 박제되자 "7년 만에 연락"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이른바 '코피노(Kopino)'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활동가의 파격적인 해결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옛 배드파더스)'의 구본창(62) 활동가는 지난달 23일과 25일 코피노 아버지들의 얼굴을 공개하며 이들을 찾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구 씨가 공개한 이모 씨, 차모 씨, 최모 씨는 각각 2010년, 2014년, 2018년에 필리핀 현지에서 자녀를 낳고 한국으로 떠난 뒤 연락을 끊은 인물들입니다.


이러한 공개 활동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습니다. 지난 2일 구 씨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필리핀 싱글맘들의 아빠 찾기가 보도된 뒤 수년간 연락조차 차단했던 코피노 아빠들이 싱글맘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달 27일 구 씨는 "7년 전 도망간 아이 아빠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더라"며 '아빠 찾기'와 관련된 언론 보도 및 얼굴 공개에 대한 두려움이 이들의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구 씨는 피해 아동과 아이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사진을 계속 올리는 이유에 대해 "최후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수년간 연락마저 차단한 아빠를 찾으려면 아빠의 여권번호 혹은 한국 휴대폰 번호가 있어야 하는데, 동거 시 의도적으로 그것들을 감춘 아빠들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코피노 문제의 심각성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구 씨에 따르면 필리핀 어학연수 중 현지 여성과 아이를 낳고 도망친 한국인 남성이 양육비를 피하기 위해 거주지를 '북한 평양'이라고 속인 사례도 있었습니다.


구 씨는 필리핀 마닐라의 전봇대에 붙여진 '코리안 고 홈(Korean Go Home)' 사진을 공개하며 "한국인 아빠에게 버림받은 코피노 아이들의 숫자 5만명이 반한(反韓)감정의 원인이 아닐까?"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회피하는 것과 한국이 코피노 문제의 해결을 회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강한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는 법적 위험도 따릅니다.


구 씨는 활동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이자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변호사 상담 결과 구 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판사의 판단에 따라 유죄가 될 수도, 무죄가 될 수도 있는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고충을 밝혔습니다.


구 씨는 2018년부터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 1500건 이상의 양육비 이행을 끌어낸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지난해 1월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구 씨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사안에 대한 여론 형성에 기여한 면이 있다"면서도 "사적 제재의 하나로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씨는 "명예훼손이 되더라도 물러나지 않겠다"며 코피노 아버지들의 소재 파악, 친자 확인 소송, 양육비 청구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코1.jpg'양해들'에서 공개한 한국인 친부의 사진 /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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