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일제 잔재물' 설성고원 경호정, 안내판 문구 수정 재설치... "역사를 되새기는 자료"

충북 음성군이 일제강점기 친일 잔재물인 '경호정'의 안내판 문구를 수정해 재설치했습니다.


31일 음성군에 따르면 지역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호정의 건립 배경을 명확히 밝히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음성군 읍성읍 설성공원에 위치한 경호정은 1934년 건립된 목조 팔작지붕 구조의 정자입니다. 인공 연못 위에 세워진 이 건물은 정면 2칸, 측면 2칸 규모로 2001년 12월 7일 음성군 향토문화유적 제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음성군


그러나 이 건축물의 진실한 건립 목적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경호정은 조선총독부 음성군수였던 권종원이 당시 태어난 일본 왕세자 아키히토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친일 조형물이었습니다.


특히 연못의 구조 자체가 일장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이 있는 형태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일장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음성문화대전에 따르면, 당시 4958㎡(1500평) 규모의 연못을 파고 그 안에 661㎡(200평) 규모의 섬을 조성한 뒤 경호정을 세웠으며, 이 작업에는 지역주민들이 강제로 동원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경호정 옆에는 높이 2.57m의 비석도 함께 있습니다.


전면에 한자로 '독립기념비'(獨立記念碑)라는 글씨가 새겨진 이 비석 역시 1934년 일본 왕세자 아키히토 출생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입니다.


광복 이후 철거하지 못하고 글씨만 바꿔 현재까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인사이트사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음성군은 '충북 친일잔재 청산을 위한 기초조사 보고서' 및 전문가 자문 의견에 따라 경호정의 건립 배경을 안내판에 명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친일 행적에 대한 단죄가 필요한 곳은 보존해 후대에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수정된 안내판에는 "경호정은 친일 인물로 분류되는 권종원이 음성군수로 재임할 때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로 세운 일제 잔재물이다. 이러한 건립 배경을 통해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음성군 관계자는 "경호정과 기념비의 처리 문제를 놓고 지역 주민들의 논의 끝에 친일 행적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 존치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일제 잔재물로 확인되는 유적은 그 성격에 따라 철거 또는 보존해 후대에 역사적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 장소로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