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강의구 "한덕수 전 총리, 계엄선포문 서명 이틀 만에 '논란될 수 있으니 폐기하자' 지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지 이틀 만에 문서 폐기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인사이트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0.27 / 뉴스1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한 전 총리의 4차 공판기일을 열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6일 한 전 총리로부터 워드로 작성해 출력한 비상계엄 선포문을 받아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이튿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도 서명을 요청했고,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이걸 왜 자네가 갖고 왔나' '날짜가 지났는데 관계없나' 등을 물으며 서명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국회 진입 시도하는 계엄군 / 뉴스1국회 진입 시도하는 계엄군 / 뉴스1


주목할 점은 서명 순서입니다. 재판부는 "서명된 문건에는 총리가 먼저 서명한 것 같은데 보통은 하급자가 먼저 서명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표하자, 강 전 실장은 "원래 주무 부처인 국방부가 총리실을 거쳐 대통령까지 올라와야 하는데 당시 국방부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장관이 연락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12월 8일 한 전 총리는 강 전 실장과 6분 28초간 통화하면서 "나중에 작성된 사실이 알려지면 괜한 논란이 될 수 있으니 폐기했으면 좋겠다"며 "문서가 없어도 국무회의의 실체가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이는 한 전 총리가 첫 공판에서 계엄 요건을 갖추기 위한 의도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과 상반되는 증언입니다.


한 전 총리는 특검 조사에서 "전체 문서가 아닌, 자신의 서명에 대한 부분만 폐기해달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강 전 실장은 "어떤 부분을 특정해서 폐기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증언해 차이를 보였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윤 전 대통령의 반응도 주목됩니다. 강 전 실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12월 말~1월 초쯤 '계엄 선포문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고, 강 전 실장이 "총리께서 논란이 될 수 있으니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폐기했다"고 답하자 "날짜가 사후에 할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며 "폐기했으면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재판부가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를 총리의 의견에 따라서 폐기했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강 전 실장은 "임의로 만들었기 때문에 문건에 대해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 일부를 특정해 부르라고 했다가 한 전 총리로부터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추가로 몇 명을 더 부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은 무언가를 신속하게 하려는 것 같았고 총리는 그걸 누그러뜨리면서 기다려달라고 하는 느낌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다만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반대한다고 말하거나 다른 국무위원을 불러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듣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있다 / 뉴스1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있다 / 뉴스1


한편, 재판부는 이날 특검 측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습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의 공소장에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선택적으로 병합해달란 취지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는 하나의 공소사실에 대해 다른 공소사실을 순위 없이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한 전 총리 측은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지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며 "중요임무 종사의 마음을 먹은 것,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계엄 포고령 진행에 있어 중요임무에 종사한 것,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이행 방안을 논의하고 이행하게 종사했다는 각 사실이 없거나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11월 중으로 재판을 마치는 것이 목표"라며 신속 재판 의지를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