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생일날 '지게차'에 매달린 이주노동자... 결혼할 여친 위해 괴롭힘 꾹 참아왔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벽돌공장에서 당한 인권침해 실태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그동안 자신이 겪은 조롱과 가혹행위를 참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24일 이주노동자 A씨(32)는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해 자신의 심경을 직접 전했습니다.


이 사건은 전날인 지난 23일 전남 나주에 위치한 벽돌 제조 사업장에서 A씨가 벽돌 제품과 함께 비닐 테이프로 결박된 채 지게차로 운반되는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공론화 되었는데요.


인사이트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전남 이주노동자 인권 네트워크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50대 한국인 지게차 운전자는 다른 스리랑카 이주노동자에게 "(A씨에게) 벽돌 포장 일을 잘 가르쳐라"라고 지시했으나, A씨가 업무에 미숙한 모습을 보이자 관리자들은 "혼 좀 나야겠다"며 A씨를 지게차에 결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에는 동료들이 웃으며 A씨를 조롱하는 모습과 함께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A씨는 인터뷰에서 "(회사 부장이) 욕 많이 했다. (지게차에 실렸을 때)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라며 "(지게차에) 5분 정도 매달려 있었다. 마음이 너무 다쳤다.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고 당시의 고통을 토로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가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심한 폭언과 가혹행위를 참아온 이유는 바로 '여자 친구와의 결혼'이라는 꿈 때문이었습니다. 


손상용 전남 이주노동자 인권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A씨가 스리랑카에서는 한 7년 정도 버스, 승용차 운전을 좀 하셨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와서 이렇게 가혹행위를 당했는데도 참고 일했던 것은 일정한 급여가 있고, 그 급여를 가지고 본국에서 집을 좀 사고 사귀는 분과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손 위원장은 또한 "결국 그 과정들 속에서 폭언을 받다 보니까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주변에 '살려 달라'고, 사회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이 사건이 알려진 날 공장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A씨가 괴롭힘을 당한 날이 바로 그의 생일이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A씨는 공장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짐을 가지고 나와 인근 식당에서 홀로 식사했다며 "오늘이 제 생일인 걸 알고 식당 주인이 밥값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사건의 가해 운전자는 "입이 10개라고 할 말이 없다.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공장 대표 역시 "사무실에서만 있어서 현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됐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