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문고리 걸어둘게요"라더니 돈 받고 '잠적'... 64명 당한 신종 당근사기 수법

중고거래 '문고리 사기' 전국 확산... 피해자 속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이른바 '문고리 거래'를 악용한 사기 범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판매자가 물건을 문고리에 걸어두겠다며 선입금을 유도한 뒤 잠적하는 수법으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5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당근마켓으로 거래하다가 495만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인천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당근마켓에서 만난 B씨로부터 아이폰16 프로맥스를 구매하기로 하고 문고리 거래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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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돈을 입금하면 아파트 동과 호수를 알려주고 문고리에 제품을 걸어두겠다'고 제안했고, A씨는 B씨가 알려준 계좌로 165만원을 송금했다.


A씨가 의심하지 않은 이유는 B씨의 프로필에 '재거래 희망률 100%'라는 기록과 지역 인증 내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B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약속을 잡았고, 제품을 쇼핑백에 넣어 문고리에 걸어둔 사진까지 미리 보내왔다.


하지만 B씨는 돈을 받자마자 "사업자 계좌이고 최근에 개설해 개인 거래가 확인돼야 한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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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미 송금한 금액이 당일에 반환될 것이라는 말을 믿고 165만 원씩 3차례에 걸쳐 총 495만 원을 더 보냈으나, B씨는 결국 연락이 두절됐다.


문고리 거래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중고 물품 거래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한 사기 범행도 증가하고 있다.


사기범들은 거래 과정에서 허위 주소를 알려주고, 구매자가 돈을 보내면 그대로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A씨는 "B씨는 동네 홍보에 필요하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당근 계정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거래 당시 신분증까지 보내와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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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는 상당했다. A씨가 피해자를 찾기 위해 개설한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는 지난 12일 기준 64명이 모였고, 피해금은 1700 만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의 거주지는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 각지였으며, 거래 품목은 상품권, 그래픽카드, 닌텐도 등 다양했다.


현재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계좌 등을 토대로 판매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증이나 신분증은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니 중고거래 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