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3일(금)

"썩지 않는 햄버거는 방부제 범벅?"... 전문가가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진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래 전부터 "햄버거에 방부제가 많이 들어가 썩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썩지 않는 햄버거' 이슈는 미국의 한 소녀가 어느 햄버거 매장에서 구매한 버거와 감자튀김이 들어있는 포장 봉투를 선반 위에 올려두고 잊어버렸다가 10년 만에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소녀는 SNS에 이 소식을 전하며 방부제 때문이라 추측했다.


이 밖에도 한 청년이 1989년에 햄버거 한 개를 무심코 점퍼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옷장에서 일 년이 지나도록 모양도, 냄새도 그대로라 놀란 일화도 있으며, 혹자는 18년 동안 썩지 않은 햄버거를 유튜브에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JTBC '미각스캔들'에서 이를 다룬 적이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와 관련해 미국 폭로전문 웹사이트 스노우프스(Snopes)는 "방부제 때문이 아니라 상대습도가 매우 낮은 환경에서는 음식에 급격한 탈수 건조현상이 일어나 썩지 않을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좀 잠잠해졌다.


그러나 '썩지 않는 햄버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도 국내 6개 사의 대표 햄버거 메뉴를 두고 가장 빨리 썩고 곰팡이가 핀 것부터, 더디게 상한 것까지 하나씩 소개하는 기사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인사이트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썩지 않는 햄버거에 방부제 가득하다는 의혹, 과연 사실일까.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정성 전공)는 '썩지 않는 햄버거'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밝혔다.


하 교수에 따르면 매일 즉석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햄버거는 보존료 즉,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애초에 사용할 필요가 없다. 방부제를 쓰는 것도 다 '돈'이기 때문에 패티와 빵을 냉동고에서 꺼내 판매 직전 바로 조리해 제공하는 국내 패스트푸드점 입장에서는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김치처럼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지 않으면 상해 보관이 어려운 음식은 소금을 써야 하지만 냉동 보관이 가능한 음식은 굳이 방부제를 쓸 필요가 없다는 이치다. 냉동보다 더 확실한 보존 방법은 없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 교수는 "먹기 좋은 촉촉한 상태에서 썩지 않는 햄버거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썩지도 않고 곰팡이도 피지 않는 햄버거는 바싹 말라, 먹기도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매우 건조해 상대습도가 낮은 곳에서 보관되면 햄버거가 바싹 말라비틀어져 부패를 일으키는 세균도 못 자라고 곰팡이도 피지 못해 일 년이고 10년이고 썩지 않는다고 한다. 


쉽게 말해 건빵과 육포를 연상하면 된다. 건빵과 육포는 건조된 상태로 잘만 보관하면 몇 년을 먹을 수 있는 반면 촉촉한 빵이나 고기는 며칠이면 곰팡이가 피고 상해 못 먹고 버려야 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5년 4월 10일 제39회 보건학종합학술대회에서 햄버거 저장실험 결과가 발표됐었다. 패스트푸드 체인 햄버거는 브랜드별로 부패 시작 시기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3~8주 만에 육안으로 곰팡이가 피었다고 한다.


앞서 화제가 됐던 '6개 버거 관찰 기사'에서의 실험 조건은 너무 편차가 심해 객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보관 스튜디오의 온도는 16~22도로 그나마 일정해 보이는데, 습도가 37~84%로 편차가 너무 크다.


상대습도 37% 조건은 햄버거를 바싹 말릴 수 있고 84% 상대습도는 햄버거를 눅눅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습한 환경이다. 하 교수는 "실험 장소의 습도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비교 대상 햄버거들의 보관을 일정한 습도에서 해줬어야 객관적 결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렇다면 빨리 썩고 곰팡이가 빨리 피는 햄버거가 좋은 것인가. 아니면 더딘 게 좋은 것일까.


음식이 썩으려면 부패 세균에 오염돼 있어야 하고 곰팡이가 피려면 곰팡이 포자에 오염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균이 자라 부패가 진행되고 곰팡이가 피는 데는 수분과 온도, 영양분이 필요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즉, 음식과 재료가 청결하지 않아 초기 미생물 오염도가 높을수록 수분, 온도 등 조건이 맞으면 세균과 곰팡이가 더 빨리 자라 빨리 상하게 된다.


더디게 상하는 버거는 오히려 토마토, 양상추, 양파 등 신선한 채소를 사용하고 세척과 소독을 더 잘해 초기 미생물 오염도가 낮다. 패티 역시 바싹 굽고 더 청결한 밀가루를 사용해 고온으로 빵을 빠삭하게 구웠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하 교수는 "과학적 관점에서는 더디게 부패되고 더디게 곰팡이가 피는 버거가 오히려 더 청결하고 안전한 음식이라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