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PC방 책상 아래로 고개 숙여 여성들 다리 훔쳐본 남성...대법원, 적용 죄목 없어 '무죄'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PC방에서 책상 밑으로 고개를 숙여 여성 손님의 다리를 훔쳐본 남성을 건조물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연음란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2월 저녁 한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여성 곁으로 다가가 하의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했다.


10분 뒤엔 인근 PC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하고 있는 여성 손님 2명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숙여 여성들의 다리 부위를 약 40분간 훔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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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A씨가 생활용품에서 음란행위를 한 것에는 공연음란죄를, PC방에서 여성들의 다리를 훔쳐본 것에는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연음란 혐의에 대해선 원심 판단을 유지했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에 따라 건조물 침입 혐의는 무죄로 봤다.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7년 '초원복집' 판례를 변경하며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다면 거주자가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도 주거의 형태와 용도 등을 따져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되어야만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확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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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 장소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영업주가 출입 목적을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란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출입 당시에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침입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