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10년 전 의료 사고로 사망한 환자 시신 유기했던 의사에게 '면허증' 다시 준 법원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지난 2012년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으로 투여해 사망한 지인의 시신을 유기한 전직 의사에게 법원은 의사 면허를 다시 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전직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허 재교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4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93년 의사 면허를 취득한 A씨는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 서울 강남구의 어느 병원에서 산부인과 원장으로 일했다.


2012년 7월 밤늦게 술을 마신 A씨는 수면장애와 두통 등을 호소하던 지인 B씨의 "잠을 푹 자게 해달라"는 요청에 병원 입원실에서 13가지 약물을 섞어 B씨에게 투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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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엔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약물 투여를 받은 B씨는 약 두 시간 만에 호흡이 정지되며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황한 A씨는 자신의 아내와 공모해 지인의 시신을 차량에 실어 한강공원 주차장에 버려두고 도주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했다.


그 과정에서 A씨는 2011년 6월~2012년 3월에도 몰래 프로포폴을 빼돌려 지인에게 세 차례 투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에 넘겨져 마약류관리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사체유기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2013년 6월 형이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7월 A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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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의사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인 3년이 지난 2017년 8월 A씨는 보건복지부에 "의사 면허를 다시 교부해달라"고 신청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거부했고 A씨는 지난해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오랜 시간 자숙하면서 깊이 반성했다"며 "(의사 면허 취소로)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이 너무 크고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줘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의료법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며 A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A씨는 10년 가까이 의사로 봉직하지 못해 의료기기 판매업,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요양병원 행정업무 등을 전전했다"며 "많은 후회와 참회의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A씨는 다시 의사로 일하게 되며 보건복지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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