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도와주기 위한 사진 / SBS '펜트 하우스 3'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남자친구에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통보 받은 여대생. 그녀는 곧 세상이 끝난 것과 같은 슬픔에 휩싸였다.
삶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순간 떠오른 사람은 자신이 가장 믿고 따르던 교수님이었다. 그라면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이해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간 선생님은 목숨을 끊고 싶다는 여제자의 호소에 긴 침묵을 보였다. 그리고 제자에게 오후에 다시 찾아와 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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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떠난 뒤 선생님은 그 자리에 앉아 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다려라, 지금은 / 모든 것을 불신 해도 좋다, 꼭 그래야만 한다면 / 하지만 시간을 믿어라, 지금까지 시간이 너를 모든 곳으로 데려다 주지 않았는가
개인적인 일들에 다시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니 / 너의 머리카락에도 고통에도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니 / 계절이 지나서 핀 꽃이 다시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 쓰던 장갑이 다시 정겨워질 것이다
제자가 느낀 외로움과 슬픈 감정은 선생에게도 그대로 닿았다. 제자가 겪고 있는 상실감은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기에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던 사실을 시에 담았다.
기사의 이해를 도와주기 위한 사진 / JTBC '허쉬'
장갑으로 하여금 다른 손을 찾게 만드는 것은 / 그 장갑이 가진 기억들 연인들의 외로움도 그와 같다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빚어 내는 거대한 공허감은 채워지기를 원하니 /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갈망이 오히려 옛 사랑에 충실한 것
시가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남짓. 본인의 이야기였기에,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 써내려 간 시였기에 오랜 고민은 필요 없었던 듯하다.
잠시 후 시는 다시 선생님을 찾아온 제자에게 닿았다.
기사의 이해를 도와주기 위한 사진 / SBS '펜트 하우스 3'
기다려라 / 너무 일찍 떠나려 하지 말라 / 너는 지쳤다, 하지만 모두가 지쳤다 / 하지만 누구도 완전히 지치진 않았다 / 다만 잠시 기다리며 들어 보라
머리카락에 깃든 음악을 / 고통 안에 숨 쉬는 음악을 / 우리의 모든 사랑을 다시 엮는 베틀의 음악을 / 거기 있으면서 들어 보라
지금이 무엇보다도 너의 온 존재에서 울려 나오는 피리 소리를 들을 유일한 순간이니 / 슬픔으로 연습하고,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연주하는 음악을
끝까지 시를 읽어 내려간 여제자는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진 탓이었을까. 그녀는 목숨을 끊기로 했던 자신의 생각을 접고, 다시 한번 세상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Galway Kinnel / 프린스턴 대학교 홈페이지
위 일화는 미국의 뉴욕 대학교 교수이자 '퓰리처 상' 시 부문까지 수상한 대표적인 시인 골웨이 키넬(Galway Kinnel)의 이야기로 이 시의 제목은 '기다려라(Wait)'다. 힘든 상황을 겪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 했던 사람들에 많은 위로가 돼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키넬은 시를 쓰며 자신이 극복할 수 있었던 시기를 되뇌었다. 자신이 힘들었던 때는 한 순간이었고 그녀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고통을 앓는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 아프기도 하고 가진 것들을 잃어 세상을 등지려 한다.
하지만 시인 키넬이 한 말처럼 시간은 그대를 태울 것이고, 고통과 좌절은 그대의 품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