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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걸려 지인 5명 폭행해 경찰에 붙잡혔던 남자가 고백한 투병 경험담

조현병 완치자가 3년 동안 겪었던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조현병 완치자가 본인이 직접 겪었던 솔직한 경험담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3년간 조현병을 앓다 완치된 남성 A씨. 그가 처음 조현병 증세를 보인 것은 26살 때다. A씨가 처음 느꼈던 증세는 급격하게 '피해 망상'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거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으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피해 망상에 이어 두번 째로 겪은 조현병 증세는 바로 '환청'이었다. 문제는 정작 본인이 듣는 소리가 환청인지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A씨는 피해 망상과 환청이 뒤섞여 지나가는 사람이 이유 없이 욕하는 걸 듣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증세가 깊어지자 A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좁아지자 A씨의 환청도 점차 줄었다. 다만 피해 망상은 지속됐고 그는 우울감에 휩싸여 방안에만 갇혀 지냈다.


A씨는 "게임에서 만나는 누군가가 내 지인이 아닐까", "직장도 그만두고 게임만 하는 나를 욕하는 게 아닐까" 등의 망상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1년 반이란 오랜 시간을 방 안에서만 생활하던 A씨는 병세를 극복하기 위해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하지만 사회로 나가자마자 병세는 급격하게 악화됐다. 


급기야 A씨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자신에게 욕하며 소리치는 환각을 봤다. 심지어 그는 이 같은 환각과 환청을 '진짜 현실'이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괜찮아, 사랑이야'


3년 가까이 A씨 머릿속에서만 자신을 향한 비난과 욕설이 울려퍼졌다. 이를 현실이라고 인지한 A씨는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급기야 A씨는 함께 일하는 근무자를 오해하고 다짜고짜 폭행하고 말았다.


조현병 증세가 심화되자 A씨는 오랜만에 연락 온 지인까지 불러내 폭행하기 이르렀다. 이후에도 누군가 본인을 욕 한단 생각이 들 때마다 폭행을 일삼았고 5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나왔을 때쯤 경찰에 붙잡혔다.


시간이 갈수록 증세는 더욱 악화됐다. A씨 환청은 윗집 사람들의 얘기가 귀에 들린다고 믿을 정도로 심해졌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불가했다. 그는 윗집 이웃들이 아버지의 사주를 받고 본인을 감시하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단 망상에 도달했다.


A씨는 집 천장에 달린 화재탐지기를 뜯어내 부수고 카메라가 없는지 직접 확인했으며 침대 밑에 식칼을 두는 등 위험한 행동을 일삼았다. 결국 A씨는 심각성을 인지한 부모님에 의해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BC 일일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A씨는 조현병 판정을 받은 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첫날 약을 먹었더니 환청이 사라졌고 병동 내 환자들과 어울렸다. 약을 먹고 회복돼 시간이 갈수록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바닥을 응시하며 서성이는 형, 연결도 되지 않은 공중전화 수화기를 붙잡고 혼자 통화하는 여자아이 등 일주일 만에 병동 내 주변인들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약물 치료 후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A씨는 한 달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담당 의사는 "조현병은 뇌호르몬 불균형으로 오고 거기에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더해져 발전된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괜찮아, 사랑이야'


A씨는 "난 비교적 빨리 병세를 회복했지만 후유증이 남았다"며 "3년이란 기간 동안 망상을 통해 들은 욕과 험담 등 거의 3년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왕따를 당했던 거라 인간관계를 두려워하고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퇴원 후 재취업했지만 후유증에 시달리다 결국 퇴직했다. 지금은 부모님과 여행 다니며 개인적으로 요양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현병은 완치가 가능하고 망상으로 인한 것이지만 그 상처가 크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잘 나아서 다행이다",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과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 먹으면 된다", "상황은 안타깝지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주고 다니는 건 걱정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조현병(정신분열증)이란 말, 행동, 감정, 인지 등 다방면에서 복합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는 정신병적 상태이며, 외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부조화된 환각, 망상, 환청 등을 경험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낮지만, 중범죄 비율은 일반이의 약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기준 조현병 범죄에서 살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0.5%로 일반인(0.1%)의 5배에 달했다.


방화와 약물 관련 범죄 가운데 조현병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7%, 5.3%로 각각 일반인에 비해 8.5배, 3.3배 높았다. 조현병은 약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무엇보다 환자의 꾸준한 치료가 가장 큰 예방책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