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월)

극단적 선택한 이등병 유서 속 '김OO 병장'을 찾지 못해..."의문의 죽음 또 이어져"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군대에서 옆 중대 애가 극단적 선택했을 때 진짜 무서웠다.

대대 막사에 독립 중대인 공병중대가 왔었는데, 부조리가 엄청 심했다. 자대 배치받은 지 두 달 된 애가 계원이었는데, 모든 일을 소위 '짬'을 맞았다더라.

자기만 빼고 선임들은 말차 나가 혼자 병기, 인사, 보급, 통신 혼자 다 짬 맞아서 매일매일 야근을 했다더라.

동기 말로는 그 와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안 돼 있으면 중대장이 뺨 때리고 그랬나 보더라. 그런 중에 일이 터진 거지.

이 이등병이 결국 혼자 밤에 몰래 창고에 가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때 하필 내가 당직 서고 있어서, 우리가 (처음) 찾아서 지휘 통제실에 알렸다. 군대에서 이런 일 생겨봤자 헌병대에서 쥐잡듯이 중대 터는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단 거 군필자라면 다 알 거다.

그렇게 일이 지나가나 싶었는데, 공병중대는 독립중대인데 같은 막사 쓰는 우리 대대까지 X작살이 났다. '김OO 병장'을 찾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극단 선택한 이등병 유서가 세장 정도 발견됐는데, 그중에 반은 '김OO 병장한테 고맙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더라.

고마운 걸 보통 유서에 쓰나. 나도 그 유서를 봤는데 글씨를 꾹꾹 눌러쓴 게 진짜 무섭더라.

근데 진짜 문제는... 김OO이라는 사람, 걔네 중대뿐만 아니라 우리 대대에도 없었다는 거다.

혹시 자음을 착각한 거 아닌가 싶어서 다른 이름으로 뒤져봤지만 없었다.

전역 후 2년 뒤에 아들 군번 후임이 제대해 오랜만에 만나서 술 마시는데 그때 이야기가 나왔다. 나중에 그 중대에서 한 명 더 극단적 선택을 해서 중대 한번 난리 났다더라. 

-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씨의 사연을 각색한 것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김OO 병장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군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등병은 유서 세 장 중 절반을 김OO 병장'으로 채워 넣었다.


부대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추적했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가 군 생활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등병을 발견하며 겪었던 일화가 재조명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에 따르면 모든 업무를 떠맡으며 사실상 괴롭힘을 당하던 이 이등병은 부조리를 참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서에는 '감사하다'는 표현과 함께 꾹꾹 눌러 쓴 글씨로 '김OO 병장'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문제는 전 대대를 뒤져도 그런 이름의 병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미스터리하고 찜찜한 이 사연에 많은 이들은 이등병이 김OO 병장의 이름을 잘못 적은 이유에 대한 추측을 이어갔다.


일부 누리꾼들은 "잘해줬다는 병장한테 피해 갈까 봐 가명으로 적은 거 아닐까. 남들은 모르지만 둘만 아는 가명 아니었을까", "자기가 죽은 뒤에 그 병장 찾아내서 입막음시키고 협박할까 봐 혼자 정한 가명으로 썼나 보다"라고 예상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일각에서는 "조현병 아닐까", "왜 없는 이름을 썼을까. 진짜 그렇게 믿고 가상의 인물을 만든 거면 너무 슬픈데..", "무섭고 소름 끼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진실은 오직 그 이등병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괴롭힘과 과로에 시달렸던 이등병. 그 와중에도 자신을 유일하게 위해줬던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던 이등병의 진심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