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실 / Wikipedia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대한제국. 우리 역사의 마지막 '군주국'이다. 지금도 왕족이라 하면 쉽게 수많은 재산을 가진 이들을 떠올린다.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토호국의 왕족이자 맨시티의 오너인 만수르는 개인 재산만 25조 원, 왕족 전체가 가진 재산은 10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대한제국 황실이 가지고 있던 재산은 어느 정도 규모였을까.
1968년 8월 월간 '신동아'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말기까지 남아 있던 대한제국 황실의 부동산(임야, 대지, 전답)의 총 면적은 1억 5,519만 8532평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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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동아일보 기사는 보다 구체적이다. "창덕궁·창경원·덕수궁 등을 위시한 궁과 전국 각처에 있는 산림·전답 등 무려 500여억 원으로 추산"이라고 했다.
당시 500억 원은 현재 가치로 대략 3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부동산에 한해서다. 일본 작가 혼다 세쓰코가 써서 1980년 한국에 소개된 책 '비련에 황태자비 이방자'에서는 광복 직전 조선 황실을 재산 목록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임야 6만 4천 정보(1정보는 3천 평), 밭 91만 평, 논 32만 평, 택지 31만평, 동산은 미술품 1만 수천 점, 은행예금 680만 엔, 유가증권 250만 엔, 현금 50만 엔 등이다.
창덕궁 / 뉴스1
그대로 남아있다면 그 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보이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하면서 대한제국의 모든 재산이 적법하게 국가 소유로 귀속되지 못했다.
광복 직후 한국 정부는 황실의 재산을 신속하고 완벽하게 처리할 능력이 부족했고, 시장에서 황실의 고미술품들이 수없이 거래됐다. 그중 몇몇은 궁에서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남은 왕족들이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헐값에 넘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을한 씨의 책 '인간 영친왕'에 따르면 영친왕은 "막대한 부동산을 불하 또는 임대계약의 형식으로 당시 권력가들이 다 나눠 먹었으며 이렇게 털린 땅이 서울 근교만 해도 수십만 평은 된다"고 했다.
이건 황자 / Wikipedia
이건 황자가 소유했던 스포츠카 'Alvis speed 20'
1959년 구황실재산사무총국에 대한 국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구황실재산사무총국 설립 이후 황실 재산 3만 건 이상의 시가의 10분의 1 이하의 헐값으로 거래됐다.
황실의 재산이 어지러운 역사 속에서 이곳저곳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망국의 황실에서 이들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했는지도 보여준다.
고종의 손자가 되는 황실의 후예 이건은 국제 스포츠카인 Alvis speed 20, 미국의 Pierce-Arrow의 대형 리무진 등 많은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망한 황족의 사치스러운 삶은 전 재산을 바쳐 나라를 되찾기 위해 힘썼던 독립운동가들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