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월)

아빠가 "같이 죽자"며 한국인과 결혼 반대하는데도 사랑 선택한 일본인 할머니 (영상)

인사이트YouTube 'KBS여행 걸어서 세계속으로'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남편이 팔에 내 이름 '에노모토 미치호'를 문신으로 새겼어요. 그때 '와 저렇게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해서 같이 살았어요"


규슈에서 태어났던 96살의 할머니는 74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던 스무 살의 한국 남자였다. 


결혼을 결심하고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 아버지는 반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한국 남자였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단도를 꺼내와서 "죽어라. 나도 죽겠다"라고 했다. '딸이 한국 사람과 결혼했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사니'라는 이유였다. 


인사이트YouTube 'KBS여행 걸어서 세계속으로'


같이 목숨을 끊자는 아버지의 반대. 그러나 딸은 천륜보다 '사랑'을 택했다. 


미치호는 "아버지. 제가 남자였으면 이미 전쟁터에서 죽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아버지도 제가 죽었다고 생각해줘요"라며 집을 나와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차렸다. 


1946년, 일본이 패망하고 미치호 씨는 남편의 고향인 충북 옥천으로 옮겨갔으나 사랑을 선택한 그녀는 평생을 고통받았다.


13명에 이르는 시댁 식구를 책임져야 했던 미치호는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6·25 때는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가족들의 피난길을 함께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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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YouTube 'KBS여행 걸어서 세계속으로'


자녀들도 어린 시절부터 차별을 받으며 살았다. 공부를 잘했던 딸은 1등을 했으나 5등을 한 친구와 성적을 바꿔야 했고, 아들은 '반 쪽바리'라는 놀림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이 사고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후 혼자 아이 6명을 키워야 했던 미치호는 일본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차별이 이어졌다. 한국 이름으로는 일본에서 집을 얻을 수가 없었다. 


96세가 된 미치호는 "자식들에게 두 나라를 겪게 했다"며 "내가 죄가 많은 여자다"라고 했다. 


이제 할머니가 된 그녀는 "'일본인 아이여서 이 모양이지'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열심히 길렀다. 내 인생은 그랬다. 여자로서의 인생을 포기하고 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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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YouTube 'KBS여행 걸어서 세계속으로'


일본에 살면서도 항상 김치를 먹는다는 할머니는 한국과 일본 그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비난과 차별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야 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웃는다. 모든 역경을 이겨낸 할머니는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내가 일본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광복 후 조선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정착해 살았던 일본 여성들은 최소 1천여 명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족의 반대에서 사랑을 택했던 이들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야 했다. 두 개의 고향을 갖게 된 일본 여성들은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YouTube 'KBS여행 걸어서 세계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