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천소진 기자 = 엄마가 돌아가셨다.
장례가 끝난 지 4일이 지났지만, 주책맞은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이 싫어 엄마와 연까지 끊었는데도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다.
한참을 펑펑 울었을까. 혼자 남은 조카가 걱정됐는지 외삼촌이 찾아왔다.
몇 가지 생필품과 먹을 것 등을 사 온 외삼촌은 할 말이 있는지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였다. 이윽고 외삼촌의 입에서 믿기 힘든 말이 나왔다. 엄마가 20억의 유산을 남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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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원래 알던 엄마라면 20억은커녕 수중에 20만 원도 있을까 말까 한 극빈층이 확실했다.
어렸을 때부터 봐온 엄마는 그랬다. 말끝마다 돈을 달고 살았고, 돈 좀 벌어보겠다며 어린 딸을 외로이 두고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고등학교 때까지 빌었던 소원이 '가족과 밥 먹기'였으니 얼마나 오랜 시간을 혼자 지내왔는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유일한 소원이던 가족 식사도 싫어졌다. 하루에 부모님 얼굴을 보는 시간은 잠들기 전 30초, 아니면 고함을 지르며 싸우는 모습뿐이었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도 사치였다. 옷이 뜯어진 줄도 모르고 입고 다니면 그제야 옷 한 벌 사주고, 신발 밑창이 뜯어져 비 오는 날 젖어버린 양말을 보면 신발 한 켤레 사준 게 전부다.
그마저도 "네가 험하게 다룬 거다"며 혼나곤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TBC '청춘시대'
우여곡절 끝에 성인이 됐지만 고통은 여전했다. 남들은 용돈 받으며 하하 호호 다닐 때 그 시간에 평일이고 주말이고 야간까지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해 돈을 벌었다.
21살이 되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미련 없이 가족과 연을 끊어버렸다.
독립한 지 3년이 지나고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남이라 생각하고 무시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20억 원을 남겼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외삼촌은 사실 엄마가 돈도 많고 건물도 있다고 했다. "돈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한 번만 밥 먹어달라"고 했을 때 들은 체도 안 하고 나가더니, 이런 비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아저씨'
외삼촌을 바래다 드리고 오는 길, 어렸을 때 그토록 먹고 싶던 붕어빵을 5천 원어치나 샀다.
눈물이 줄줄 흘렀지만 꾸역꾸역 숨도 안 쉬고 전부 먹었다.
20억 원이 생겼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돈 때문에 대학도, 친구도 포기하고 독하게 살아온 인생이 너무 허무했다.
돌아가실 때까지 속이고 딸 독하게 키워서 좋냐고 묻고 싶다.
저 돈으로 뭘 해야 할까. 흥청망청 써야 할까, 받기도 싫으니 사회에 기부할까. 인생이 속은 기분이라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딸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죽고 싶을 것 같다"며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해당 사연을 올렸다.
20억 원이라는 큰돈을 갖게 됐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신뢰'를 잃은 딸이 받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돈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강하게 크기 바랐을 수도 있다.
한 누리꾼 역시 "부모가 돈이 있어도 티 안 내고 더 독하게 대한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결국은 당신에게 돈을 남겨줬으니, 당신이 뭔가를 깨닫길 바랐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도대체 주인공의 엄마는 왜 죽기 직전까지 딸에게 사실을 숨겼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