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인사이트] 원혜진 기자 =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한 남성이 심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생전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한 몸 사리지 않았던 남성의 성격을 잘 알았던 그의 친형이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
1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故 손현승(39) 씨는 지난달 30일 부산의 한 특급호텔에서 현수막을 설치하는 도중 6m 높이에서 추락해 뇌사 상태가 됐다.
장기기증을 결정한 이는 현승 씨의 친형이자 양산부산대 흉부외과에서 폐 이식을 담당해 오던 의사 손봉수 교수다.
기증자 손현승님 / 사진 제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손 교수는 "그동안 아픈 환자들을 위해 수없이 많은 수술을 했지만 내가 기증자 가족이 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깨어날 수 없는 뇌사라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오직 동생의 일부분이라도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며 오열했다.
실제로 늘 환자를 대하는 의사이긴 하지만 가족의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식의료인으로 가지는 사명감과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그의 부모님의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던 손 교수는 결국 평소의 신념대로 기증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된 현승 씨는 평소 인정이 많고, 타인을 위해 소소한 부분까지 챙겨주는 섬세한 성격이었다.
왼쪽이 기증자의 형인 폐 이식 전문가 손봉수 씨, 오른쪽 기증자 손현승 씨 / 사진 제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길을 가다 도움이 필요로 하는 분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이 같은 동생의 생전 모습을 봐왔던 형이기에 기증을 결심할 수 있었다.
손 교수는 "저 또한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기증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지금도 이식 대기 중에 많은 분들이 돌아가신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일이 알려져 기증이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의사이기 때문에 기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뇌파가 움직이지 않고 여러 장기가 망가지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기증을 해서 동생의 일부분이라도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이 차라리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리움을 전하기도 했다.
손 교수는 마지막으로 환자들을 돌보랴 챙겨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동생에게 편지를 남겼다.
"동생아, 미안한 마음뿐이다. 병원에서 당직서랴, 이식한다고 돌아다니랴, 가족은 뒷전인 형 대신 네가 부모님이나 조카들을 따뜻하게 돌봐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나중에 만난다면 꼭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고, 다음에는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삶을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