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아버지가 이상해'
엄마는 뇌출혈 이후 아기가 되었다.
말도 잘 하지 못했고, 하고 싶은 말은 한참을 더듬대고서야 짧게 내뱉을 수 있었다.
엄마는 밥도 혼자 먹지 못했다. 나는 엄마의 손발이 돼 밥을 먹이고, 얼굴을 닦아주는 생활을 몇 달 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 했다.
원래 풍선은 한없이 커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다 한순간에 '펑'하고 터져버리는 법이다. 그날의 나도 그랬다.
엄마 밥을 떠먹이다가 문득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펑'하고 터졌다. 이윽고 울화가 치밀었다. 감정이 뇌를 거치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포크를 밥상에 던졌다.
'쨍그랑' 소리만 내고 나동그라질 줄 알았던 포크는 하필 날을 세워 엄마의 허벅지를 찔렀다.
엄마 허벅지에는 피가 고였고, 작은 생채기가 남았다.
외할머니는 집에 돌아와 엄마 허벅지가 왜 저리 되었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엄마가 한참 입을 꼼지락대더니 잘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할머니에게 말했다.
"벌레...가..물...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를 하늘로 떠나보낼 때보다, 그날 밤 더 훨씬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A씨 사연을 재구성한 것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과거 A씨가 올렸던 짧은 글이 SNS를 통해 재조명됐다.
그는 아픈 엄마를 간호하다 문득 이성을 잃고 밥상에 포크를 집어던졌다.
살면서 한 번쯤 무언가를 던지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갑갑하고 풀리지 않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A씨도 그랬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포크는 아픈 엄마의 허벅지에 생채기를 냈다.
그것만으로도 죄책감에 시달렸을 A씨. 그런데 엄마는 할머니에게 상처가 '벌레'에 물려 생긴 것이라는 하얀 거짓말까지 했다.
아이가 된 와중에도 자식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감싸준 엄마의 모정은 본능에 가까웠으리라. A씨는 그날 태어나 가장 많이 울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TBC '18 어게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뇌출혈 이후 아이가 된 엄마를 보살핀 A씨는 분명 착한 자녀였을 것이다. 그러니 참다 참다 폭발한 것일 테다.
사건 이후 후회로 얼룩진 눈물을 흘렸다는 점에서도 그가 얼마나 좋은 자녀였을지 짐작이 간다.
부모와 자식은 8천겁의 인연이 쌓여 만나는 관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서로를 향한 사랑은 그 무엇보다 질기고 깊다.
그 마음만 잘 표현하고 살아도 행복하련만, 너무 깊은 마음은 때로 표현하길 잊어버리는 법이다. 그러니 오늘은 집에 계신 부모님에게 다가가 꼭 안아드리며 오랜만에 '사랑한다'라고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새삼스러워도 좋다. 사랑한단 말을 할 때 당신의 부끄러움은 잠깐이겠지만, 부모님 마음에 행복은 오래도록 머무를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BC '이리와 안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