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월)

남자친구 엄마가 제가 '고아'란 사실을 알고 몰래 '3천만원'을 주셨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 ‘하나뿐인 내편’


"어머니는 아들 몰래 나를 따로 불러 3000만 원이 담긴 돈 봉투를 건넸다. 그리고는...-A씨 사연 中"


나는 고아다. 부모님은 사고로 돌아가셔 친척만 있다.


보증금 500만 원에 36만 원짜리 반지하 원룸에 혼자 산다. 남자친구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줬다.


어느 날 남자친구가 "어머니한테 인사 드리러가자"라는 말을 꺼냈다. 결혼하자는 것이었다. 너무 행복하면서도 내 처지를 생각하면 한없이 불안했다. 그의 부모님이 나를 좋아해주실까.


그의 부모님은 모두 공무원이었다. 집에 가니 정원이 달려 있는 2층 단독주택이었다. 그것도 서울에 말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어머님은 첫 만남부터 나를 반겨주셨다. 아들이 32년 동안 처음 데려온 여자라며 기뻐하셨다. 아버님은 결혼하는 게 이미 확정된 것처럼 "준비는 잘 하고 있냐"라고 물으셨다.


난 다음 달 월세 내고 생활하기도 빠듯한 판국이라 내심 '이 결혼이 잘 될까. 내가 결혼을 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부모님의 환대가 마냥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그런 건 염려 말라고 했지만, 막상 부모님을 보니 숨이 턱 막혔다. 내가 가진 게, 정말 너무 없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런 예감은 현실이 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의 부모님을 만난 지 며칠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받으니 어머님이셨다.


어머님은 "oo이한텐 얘기하지 말고 둘이 보자"라고 말했다. 심장이 쿵 떨어졌다.


'드라마에서 보던 일이 나한테 벌어지는구나'


담담히 어머님을 만나러 갔다. 어머니는 "네가 어떤 환경인지 대충 아들에게 들었다. 둘이 최대한 적게 할 거라고 신경 쓰지 말라던데, 그놈이 결혼이 뭔지 모르는 모양이야"라고 말씀하셨다.


모두 맞는 말이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는 "아무리 적게 하려 해도 결혼에 돈은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어떻게 남자한테 일일이 얘기하겠니"라고 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걔가 여자 마음을 너무 몰라. 결혼식 준비하는데 이거 보태 써라"


봉투에는 3천만 원이 든 통장과 도장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는 "oo이한텐 절대 말하면 안 된다"라고 신신당부하며 돌아가셨다. 나는 감사하단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버버'하다가 어머니를 배웅했다.


지금은 어머니 덕분에 순탄히 결혼해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다.


- A씨 사연을 각색한 것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세상 모든 시어머니가 비열한 '악당'일 것만 같다.


그런 편견에 휩쓸려 시어머니를 만나기도 전에 꺼려 하거나 지나치게 어려워하는 경우도 생긴다.


A씨 역시 그랬다. 자신은 가진 게 없었고,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결혼하기엔 현실을 너무 잘 알았다.


A씨가 예비 시어머니의 전화에 심장이 쿵 내려앉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봉투를 건넸을 때도 "이거 받고 우리 아들과 헤어져라"라는 말 정도를 들을 것이라 예상했으리라.


하지만 어머니는 드라마 속 악당으로 묘사된 여성이 아니었다.


조실부모한 딸 같은 나이의 예비 며느리를 같은 여자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이해하고 품어줬다.


덕분에 A씨는 아이도 낳고 건강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돈과 부모는 세월이 흐르며 사라질 수 있다. A씨가 부모님이 사고사 하고 홀로 남겨질 줄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그걸 '부족하다' 여기지 않고 감싸준 A씨 어머니와,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성실히 살아가는 A씨 모두 훈훈함을 자아낸다.


해당 사연은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재조명됐다.


한 정신과 자료 통계에 따르면 신경정신과를 찾은 주부들 40% 이상이 고부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이렇듯 갈등이 만연한 세태에 A씨와 시어머니의 이야기는 서로의 단점을 감싸주고 배려하는 것이 가정에 얼마나 큰 평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