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선생님은 '왕따' 당하는 제자의 더럽혀진 책상을 매일 아침 몰래 닦았다

왕따를 당하는 제자의 더러운 책상을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깨끗하게 닦아놨던 선생님의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나는 왕따였다"


어렵게 학창 시절 왕따를 당했다고 고백한 대학생 A씨는 몇 년이 지나도 그 끔찍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다만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던 건 힘든 순간 그의 편이 돼 주었던 선생님 때문이었다. 


매일매일 지속되는 따돌림에 학교에 가기조차 두려웠던 A씨는 결국 부모님께 자신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 소식은 자연스럽게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전해졌다. 


인사이트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던 선생님은 A씨를 조용히 불러 주름이 깊게 팬 손으로 그의 마른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내가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A씨의 답변은 차가웠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단지 학교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은 A씨의 바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 티 나지 않게 그를 도왔다. 화분에 물을 주라고 말했고, 수학 성적이 엉망이라며 자신의 옆에 앉혀 문제를 풀게 하는 날도 있었다.


혹여 쉬는 시간마다 A씨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선생님이 택한 선택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책상이 너무 깨끗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사실 왕따를 당하던 A씨 자리는 언제나 터진 우유나 더러운 걸레들이 올라가 있었고, A씨는 이를 치우기 위해 매일 아침 일찍 등교해야 했다.


어느 순간 깨끗해진 책상에 A씨는 그저 가해 학생들이 장난을 멈춘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평소보다 10분 정도 일찍 등교한 A씨는 묵묵히 자신의 책상을 물티슈로 닦고 있는 담임 선생님의 뒷모습을 목격한다.


A씨는 "그날 바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첫 교시도 들어가지 않고 펑펑 울었다"고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묵묵히 뒤에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준 선생님 덕분에 A씨는 그곳에서 무사히 학기를 마쳤다.


하지만 졸업식은 가지 않았다. 그게 A씨에게 한이 됐다. 선생님과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었기 때문.


A씨는 "얼마 전 선생님의 장례식이 있었다"며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그 한마디를 하지 못한 게 가슴에 사무친다는 A씨는 "아직도 눈만 감으면 물티슈를 쥐고 있는 그 주름진 손등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과거 페이스북 페이지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알려진 A씨의 사연은 지금까지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