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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난해서 1년 만난 남자친구에게 차인 여대생이 남긴 '이별 이야기'

물질적인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차였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를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고 말한 여대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재조명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도깨비'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돈 때문에 차였지만 저는 남자친구를 원망하지 않아요. 오히려 차이면서도 미안하네요"


연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되는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그 이유가 가난 때문이라면 어떨까.


"날 좋아하는 마음이 그 정도밖에 안 됐나"라는 생각으로 연인을 원망할 만도 하지만, 돈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차였다는 한 여대생은 그러지 않았다.


가난 때문에 이미 많은 걸 포기했던 이 여대생은 이제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포기하게 됐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멜로가 체질'


오히려 그는 남자친구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담은 글을 익명 커뮤니티에 올렸고, 해당 글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여대생 A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4천 원으로 하루 끼니를 해결하며 살았다. 


알바를 하고, 각종 장학금도 받지만 집에 생활비를 보내고 나면 A씨의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키친'


휴대폰 요금과 월세 내기도 빠듯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A씨는 저녁 식사도 거의 하지 못했다. A씨에게 '저녁 먹는 날'은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날이었다.


A씨의 사정을 알고 있던 남자친구는 1년 동안 모든 데이트 비용을 자신이 부담했다. 그러면서도 A씨에게 눈치를 주거나 투덜거리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도 학생인지라 재정적인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A씨에게 이별 통보를 하게 됐다.


A씨는 "조심스레 돈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 때 사실 난 알고 있었다"면서 "하고 싶은 거 많았을 텐데 같이 못 해줘서 미안하고, 항상 날 배려해 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오늘의 연애'


그러면서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 준 것도, 영화 많이 보여 준 것도 고맙다. 네가 데려가 준 맛집들도 전부 맛있었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 같은 여자랑 만나 줘서 고맙고 행복했어. 평생 잊지 않을게"라는 말로 글을 마쳤다.


진심이 담긴 A씨의 글은 많은 누리꾼들의 마음을 울렸다. 현재까지도 A씨가 남긴 글에는 "예전에 얼핏 봤던 글이 떠올라 다시 읽으러 왔다", "지금은 졸업하셨을 텐데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등의 응원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시간이 갈수록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가벼워지고, 만남과 헤어짐이 쉽게 반복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혐오하며 사람마다 각기 성향이 달라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조롱·비난을 가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우리를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아직도 이 글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 다음은 A씨의 글 전문이다. 


돈 때문에 남자친구한테 차였어요. 절대 거짓말 못하는 성격이 매력적이어서 반했는데 끝까지 매력적이네요 헤헿ㅎㅎ. 물질적인 이유로 차였지만 전 남자친구를 원망하지 않아요. 차이면서도 미안하네요.


저희 집은 가난합니다. 많이 가난해요. 아버지는 아무 일도 안하시고 집에 계시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월 70받고 일하십니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약간 가부장적이시라 챙겨드려야 해요. 어릴 땐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었는데 이젠 괜찮습니다.


국가에서 밥은 챙겨먹으라고 하루 4000원씩 줍니다. 저녁은 돈이 생기면 먹는데 하고 있는 알바로는 핸드폰 요금과 월세도 내기 빠듯해서 챙겨 먹진 않습니다. 사실 점심 챙겨먹기에도 돈이 빠듯합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날이 저녁 먹는 날이에요! 다행히도 가난한 제 사정을 알아줘서 장학금에다가 외부 장학금까지 받습니다. 하지만 집이 어렵다보니 외부장학금은 대부분 집에 보내야 돼요.


남자친구님! 1년 동안 연애하면서 항상 미안했어. 너는 기념일 마다 선물과 편지를 챙겨주는데 난 편지만 써줬으니까. 정말 너한테 선물 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그리고 같이 여행 못가서 미안해. 내일로 여행도 가고 싶었는데 기차표가 5만원이 넘더라ㅎㅎ... 너랑 바다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


음..또 초밥뷔페도 생각난다. 초밥뷔페를 갔을 때 내가 초밥을 처음 먹는거라 하니까 작은 네 눈이 동그래지는게 너무 귀여웠어. 데이트 때 계속 똑같은 옷을 입고가서 미안해. 겨울이라 걸칠 옷이 한 개밖에 없었어. 하지만 내가 이 말을 했으면 넌 너의 돈을 털어서라도 옷을 사줬겠지? 그래서 말할 수 없었어. 눈치는 챘겠지만 말하는건 다른 차원이니깐ㅎㅎ


항상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 영화 좋아하는데 부담지게 해서 미안해. 너가 사주는 치즈팝콘 나도 진짜 좋아해. 치즈팝콘 없어지고 흔들어먹는 걸로 바뀌니깐 시무룩해하는 모습도 너무 귀여웠어. ddp 유료전시도 못가서 미안해. 이것마저 너한테 의지하는게 너무 미안했어.


자기가 커피 좋아한다고 나한테 커피 많이 사줬는데 난 한번도 못사줘서 미안해. 언젠간 사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막상 사려니 비싸더라...ㅎㅎ뷔페 안가봤다니까 뷔페 데려가줘서 고마워. 나중에 알아보니까 진짜 비싸더라. 먹고나서 미안했어. 너랑 연애하면서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막상 떠오르는건 미안한 거 뿐이네.


조심스레 돈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때 사실 난 알고 있었어. 넌 힘든 티는 못 숨기더라ㅎㅎ 하고싶은 거 많을텐데 같이 못해줘서 미안해. 그리고 항상 날 배려해줘서 고마워.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영화 많이 보여줘서 고마워. 맛있는거 소개해줘서 고마워. 네가 날 데려간 맛집들 전부 맛있었어.


어…이런 글은 어떻게 끝내야 될지 모르겠네…그냥 복잡한 감정을 말하고 싶었는데ㅎㅎ…어 음…나같은 여자랑 사귀어 줘서 고맙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게요. 행복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