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월)

아내 출산하는데 술 마시느라 안 왔던 남편은 '24년'이 지난 후에야 술을 입에 댈 수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SBS '강남스캔들'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남편이 24년 만에 술을 먹겠답니다"


사람들은 매년 초 계획으로 금주를 선언하고는 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중간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주를 결심했던 50∼60%는 3개월 이내에, 70∼80%는 6개월 이내에 다시 술을 입에 댄다.


특히 저녁을 술과 함께 하는 회식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40대 남성이 술을 멀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A씨의 남편 B씨도 잦은 회식과 술로 저녁을 보내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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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한 40대 여성 A씨가 쓴 '남편이 24년 만에 술을 먹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을 울렸다.


A씨는 대학 시절 연애 중 첫째 딸을 혼전임신해 지금의 남편 B씨와 결혼하게 됐다.


비록 다급하게 한 결혼이었지만 두 사람은 착실하게 생활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그렇게 둘째 아들을 임신하고 출산하게 되던 날, 예정일보다 이른 진통이 시작돼 A씨는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낳게 됐다.


A씨가 출산하고 있을 때 남편 B씨는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 회사 회식을 하고 있어서 삐삐를 쳐도 확인하지 못하고 만취한 채로 집에 가 잠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술이 깼을 때는 이미 A씨 친정 부모님과 언니가 그녀를 산부인과로 데려가 둘째 아들을 출산한 뒤였다. 당연하게도 B씨는 양가 어른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혼났다.


A씨 역시 남편을 질타했고, 상심한 B씨는 "큰 딸 결혼하는 날까지 술 안 마실게"라며 금주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보통은 길어야 3개월 지키고 끝났을 이 약속을, B씨는 무려 24년간 지켜냈다. 아들이 군대 가던 날에도, 장인어른,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면서 늘 가정에 헌신하기 바빴다. 용돈을 줘도 그걸 모아 딸 선물을 사주고, 아내 생일에는 늘 맛있는 곳에 갔다.


그런 B씨가 큰딸의 결혼식인 다음 주, 드디어 술을 마시겠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묵묵하게 "아버님(장인어른) 산소에 갔다가 술 한잔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B씨의 말에 A씨는 눈물이 펑펑 났다.


안주는 어떤 게 좋을지 물어본 뒤 돌아온 대답에는 마음이 아렸다. 아내 생일에는 참치, 게장 등 온갖 비싸고 맛있는 음식점에 데려갔던 남편이 정작 자신은 "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 난 그게 맛있더라"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남편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둘째를 낳고 했던 모든 말이 남편에게 얼마나 비수가 되었을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이 군대 갈 때도 술 한 잔 따라주지 않는 B씨를 보며, "그걸 아직도 참고 있냐. 꽁해있지 말라"라고 했던 자신의 말이 남편에게 얼마나 상처가 됐을지 떠올리며 죄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A씨는  딸 결혼식이 끝나고 남편의 술상을 차리려 한다고 전했다.


마음 같아서는 세상 좋은 것들은 다 넣어주고 싶다는 A씨는 남편의 24년에 대한 보상이 초라한 김치찌개여도 될까 싶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A씨는 부부생활에 힘든 이들이 많지만, 연애 때처럼 남편을 많이 사랑해 주면 그 사랑이 다시 돌아온다는 걸 전해주고 싶어 글을 남긴다고 전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번 입에 댄 술을 단번에 끊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힘든 일을 해낸 남편과, 그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아내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눈물이 난다며, 왜인지 결혼하고 싶어지는 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출산하던 날 술을 마시느라 오지 않은 남편과 화를 낸 아내. 여기서 끝이 났다면 두 사람의 가정생활은 불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음했던 남편을 이해했고, 남편 역시 아내의 서운함을 진심으로 깨닫고 고치려 24년 간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이 부부는 행복할 수 있었다.


결혼이 '지옥'처럼 여겨지는 요즘 시대에 A씨 부부처럼 서로가 함께 보듬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