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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아프리카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만든 '미신'이었다"

노예 소유주들은 흑인들의 자살이 노동력 감소에 영향을 끼치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좀비가 된다는 공포심을 만들어 심었다.

인사이트넷플릭스 '킹덤 시즌 2'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올해 상반기 '좀비'는 대한민국을 흔든 콘텐츠 중 하나였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드라마 '킹덤'이 큰 인기를 끌었고 영화 '살아있다'와 '반도'에서도 한국판 좀비의 모습을 그려냈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좀비는 무섭고 잔인한 존재다. 사람들은 끔찍한 모습을 한 좀비들을 물리치고 이들에게서 벗어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좀비에는 안타까운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좀비'의 기원에 대한 것이다. 


인사이트아이티 위치 / 구글 지도 캡쳐


미국의 아래에는 카리브해라는 바다가 있다. 이 바다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아이티가 좀비의 고향이다. 


17세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이티는 처절하고 끔찍한 흑인 노예의 역사가 스며든 곳이다. 


아프리카에 살던 흑인들은 이곳으로 끌려와 착취와 학대에 시달렸다. 이들이 힘들게 사탕수수 농사에 매진해 얻은 수익은 그들의 주인들의 몫이었다. 


힘들게 일했지만 항상 배가 고팠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아이티 흑인 노예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21살이었다. 당시의 아이티는 살아있는 '지옥' 그 자체였다. 


인사이트


인사이트무역선에 실려 강제 이주 당한 흑인들의 모습 / KBS1 '바다의 제국'


100만 명의 흑인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사라진 흑인 노예 수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처참한 곳에서 등장한 게 좀비였다. 아이티의 흑인들은 부두교라는 종교를 믿었는데 사람들은 부두교의 마법사 보코가 마술을 부려 죽은 자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좀비가 된 인간은 살아있을 때의 정체성을 잃고 보코의 조종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노예가 된다. 


인사이트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래서 아이티의 흑인 노예들은 좀비보다 좀비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좀비가 되면 죽어서도 평생 노예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노예의 주인들은 좀비에 대한 흑인들의 공포감을 이용했다. 


많은 흑인들이 자살을 택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좀비를 흑인들의 자살을 막는 장치로 사용한 것이다. 


인사이트영화 '살아있다'


노예주들은 '자살하면 좀비가 된다'는 공포심을 조성했다. 식민지배가 끝난 후에도 아이티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오래동안 유지하기 위해 이 공포심을 이용했다. 


결국 아이티의 국민들은 오랜시간 좀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좀비라는 식민지배의 유산 속에 살았다. 


이러한 좀비는 1915년 미국이 아이티를 통치하던 때 미국 본토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영화 속 소재로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