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최고령인 김복득 할머니>아시아에 거주하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여성들을 알리는 사진전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전시 취지에 공감하는 수많은 이들의 기부 등에 힘입어 열린다.
사진작가 안세홍(44)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이라는 제목의 사진전을 4~16일 연다.
전시는 9월4~13일 일본 도쿄에서도 이어진다.
제목의 '겹겹'은 피해여성의 얼굴에 겹겹이 쌓인 주름을 의미하기도 하고, 십시일반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 함께 진행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의 사진을 촬영하며 이 문제를 알려온 안세홍은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의 참여를 끌어내고자 지난 5월15일부터 두 달여간 다음 '희망해' 사이트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670여 명이 469만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누리꾼이 달아준 9천800여 개의 댓글 등으로 적립된 돈을 합해 총 583만원 정도가 모였다.
안세홍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일부 비용은 아직 해결하지 못했지만, 기부금은 전시에서 선보일 액자 마련 등 작품제작에 쓸 예정"이라며 "그 외에도 한국과 일본에서 지원하는 분들의 도움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에선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5개국 피해여성 46명의 모습을 사진 70여 점에 보여준다.
국내 위안부 피해 생존자 48명 중 최고령인 김복득 할머니(98)는 작가가 만났을 때 외출 준비를 한다며 한 손에는 손거울을, 한 손에는 화장품을 들고 입술을 다듬고 있었다고 한다.
1941년 중국 산시성(山西省)에서 일본군 군부대로 납치당했다는 한 할머니는 자신의 20대 시절 조그만 사진을 양손으로 붙잡고 있다.
사진전은 이들의 삶을 '살다', '당하다', '품다', '풀다와 남다'라는 주제로 나뉜다.
작가는 "피해자들이 성노예로 당하고 고통을 품고, 종교 등으로 그 한을 풀고자 노력을 해도 그 한을 풀어야 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에는 작가의 그간 여정이 그대로 담겼다고 한다.
중국 현지를 방문했을 땐 만나기로 한 피해 할머니가 작가가 도착하기 세 시간 전 세상을 떠났다. 작가는 다음날 다시 현장을 찾아 영정사진으로 마련된 할머니 사진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필리핀의 필라 프리아스 할머니는 피해여성들이 교류하는 공간 '로라의 집'(Lola's house)에서 그간의 일들을 잊은 듯 춤을 추고 있다.
멍하고 퀭한 눈, 그리 안락해 보이지 않는 주거공간, 그때의 일을 회상하는 듯 아픔이 보이는 표정, 세월의 더께 때문인지 때로는 읽을 수 없는 표정도 보인다.
안세홍은 1996년 잡지 취재 차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처음 찾은 일을 계기로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왔고 이후 아시아 다른 나라로 방문지를 확대했다.
그는 "처음부터 카메라를 꺼내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찾아뵙고 시간을 기다린다"면서 "그러면 피해자들이 토막 난 기억을 헤집으며 과거의 일과 이후 고국에 돌아와 유교적 가치관, 종교적 이유 등으로 차별받았던 이야기를 말해 준다"고 전했다.
이어 "왜 그분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약자들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며 "전쟁이 계속 일어나는 한 인류 역사에서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여성의 의료 지원을 위한 모금함을 둘 예정이다.
한국은 지원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다른 나라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인식에서다.
안세홍은 "전시에 뜻을 함께해 준 분들과 힘을 합쳐 아시아 각국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이 존재했다는 점과 그분들의 이야기를 이번 자리를 통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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