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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홍길동전, '허균'과 관계 없어···최초의 한글 소설도 아냐"

우리가 읽는 홍길동전은 허균과 관계가 없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인사이트MBC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조선 중기 문신이 400년 전쯤 남긴 것으로 보이는 '한문 홍길동전'이 발견됐다.


우리가 그동안 기본 상식처럼 알고 있었던 홍길동전 허균이 지었고,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24일 이윤석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소 황일호(1588~1641)가 쓴 홍길동 노혁전(盧革傳)을 '지소선생문집'(芝所先生文集)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지소선생문집은 황일호 선생의 후손이 1937년 간행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노혁전은 황 선생이 전주 판관으로 일했던 1626년 전라감사 종사관 임게를 통해 들은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황 선생은 노혁전 앞 부분에 노혁이 '홍길동'임을 분명히 명시했다.


인사이트이윤석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제공 


인사이트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노혁의 원래 성은 홍(洪)이고, 그 이름은 길동(吉同)이다. 우리나라의 명망 있는 집안이며, 구속받지 않는 재주를 품었고 글에 능하였다"


노혁전 속 홍길동의 어머니는 신분이 미천했다. 우리가 아는 홍길동과 어머니의 신분은 같다. 홍길동은 낮에 이름이 높은 이들과 어울린 뒤 밤에는 도적질을 일삼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한양을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얼마나 신출귀몰했는지, 조정에서는 상금을 내걸고 추적했지만 붙잡지 못했다.


40년간 도적 무리를 이끌던 홍길동은 별안간 새사람이 되겠다며 무리를 해산시켰다. 그리고 관서 지방 관찰사 홍진동에게 가 몸을 의탁한 뒤 결혼하고 아이를 앟아 천수를 누리며 살았다.


인사이트KBS2 '쾌도 홍길동'


이윤석 전 교수는 "당시에 전해지던 홍길동 관련 이야기를 모두 담은 듯하다"면서 "사실과 허구가 섞여 있고, 야담의 전통을 따랐으며, '전(傳)'의 형식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실제 홍길동은 '실존 인물'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연산군 6년(1500년)에 홍길동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선조 21년(1588년)까지 이어진다.


이 전 교수는 "실록은 홍길동을 계속 도적으로 칭한다"면서 "충청 지역에서 활동한 상당히 큰 도적떼의 두목이었다"고 말했다.


홍길동을 지은 것으로 알려진 허균이 태어난 해 1569년보다 69년이나 빨리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읽는 홍길동전과 허균이 지었다는 홍길동전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허균이 홍길동을 지었다는 근거는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 속 "허균은 수호전을 본떠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문장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우리가 읽는 홍길동전에는 허균의 사상이 들어갔다고 볼 만한 구석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교수는 한문 홍길동전을 5월 3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여는 '한국 고전정전(古典正典)의 재인식 : 우리가 몰랐던 홍길도전' 학술대회에서 소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