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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강원도 '초대형 산불'을 하루 만에 진압할 수 있게 한 7가지

동해안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놓은 강원도 초대형 산불, 이를 막은 기적 같은 일 7가지를 소개한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강원도 영동 지역 일대를 휩쓸었던 '초대형 산불'.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속초, 인제, 강릉까지 번졌다.


몰아치는 강풍에 손쓸 새도 없이 불은 빠르게 옮겨붙었고, 역대 최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강원 산불을 막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진압에 앞장섰다.


불을 진화하기 위해 전국에서 소방차 820대, 소방헬기 51대가 투입됐다. 이는 전국 소방차량의 15%, 가용 소방인원의 10%다.


인사이트뉴스1


단일 화재로는 사상 가장 큰 규모이기도 했다. 산불 피해 면적만 해도 580㏊, 축구장 면적의 742배에 달한다. 이는 여의도 면적보다 크다.


하지만 문화재와 소방 인명, 군 장병 피해는 0건. 이 같은 결과를 불러온 데는 현장의 '영웅', 그뿐만 아니라 숨겨진 '기적'들이 있었다.


2019년 4월 5일, '참사'로 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기적 같은 일 7가지를 소개한다.


전국 소방차가 신속히 모일 수 있었던 진짜 이유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는 정부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그리고 개편안에 따라 42년 동안 안전처 산하 조직에 있던 소방본부는 '소방청'으로 분리됐다.


소방청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소방 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인정될 때 각 시도지사에게 행정 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방력을 동원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또 소방청의 자체적인 권한을 행사해 부족한 인력이나 장비 충원 문제 등을 더욱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바뀌었다.


이런 변화로 인해 긴급·비상 재난사태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가 나왔다.


이번 강원도 초대형 산불에서 그 기대가 빛을 발한 것이다. 큰 재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데는 '소방청의 독립'이 '신의 한 수'였다며 국민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의례적인 보고 금지 명령


인사이트뉴스1


지난 5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 서울 청사에서 열린 강원도 초대형 산불과 관련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강조한 것이 있다.


바로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는 것.


이 총리는 "재난 대응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수행 인력을 최소화하고 현장에서도 의례적인 보고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자 현재의 위치에서 할 일을 다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총리의 의례적인 보고 금지는 불필요한 의전을 제거함으로써 소방 당국 등이 '효율적인 진화 작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화재 진압한 '18억원' 초거대 소방차의 정체


인사이트yandex


강원도 초대형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부산에 1대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진 거대한 소방차, '로젠 바우어 판터(Rosenbauer Panther)'도 포함됐다.


이 소방차는 전쟁에서 활약하는 군용 탱크의 엔진과 동급 엔진을 사용하는 최고급 화재 진압 차량이다.


후면에 실린 물탱크에는 약 19,000L에 달하는 물이 담겨있으며 1분에 최대 2,000L를 화재 지역에 분사할 수 있다.


단가만 무려 18억 원에, 최대 중량만 50t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는 어마어마한 위용까지 뽐낸다.


일각에선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출동하지 않는 이 소방차가 출동했다는 게 놀랍다"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목숨 걸고 '화약 5t' 옮긴 속초 경찰들


인사이트불에 탄 화약 창고 / 속초 경찰서


한참 불이 번진 지난 4일 오후 7시께 발화지점에서 불과 7㎞가량 떨어진 곳에는 고려 노벨의 화약창고가 있었다. 불이 번질 당시 화약창고 안에는 폭약 등 약 5t이 보관돼 있었다. 


산불은 발생한 지 50여 분 만에 화약창고 400m 지점까지 확산하며 '대형 폭발'이라는 위험한 상황이 우려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속초 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찰관들이 나서면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화약류 관리 보안책임자와 1t 화물차 3대 등을 투입해 화약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화약류를 1시간여 만에 남김없이 전부 옮겼다.


화약류 이송이 모두 완료되자마자 산불이 화약창고를 뒤덮었다고 한다.


잔불 제거 작업 투입돼 마지막 '불씨'와 싸운 군인들


인사이트뉴스1


강원도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11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다. 그리고 지난 5일 오전 8시 15분 기준으로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군인들까지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병사들은 흰색 방탄모를 쓰고 마스크를 쓴 채, 낙엽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불씨까지 샅샅이 뒤지는 등 고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캐한 연기에 직면해 눈이 따가운지 눈물을 훔치는 군인의 모습도 포착됐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심혈을 기울여 작업을 이어간 군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노약자 대피하도록 도운 배달원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1


산불로 인한 연기는 한순간에 주변 도로와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한밤중에 일어난 산불에 인근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황급히 대피했다.


부족한 소방력에 시내 곳곳의 불길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으며 수많은 주민들을 대피시키기에도 무리였다.


이때 소방관 외에도 주민들의 대피를 누구보다 열심히 도운 이들이 있었다. 바로 인근 식당에서 일하던 배달원이었다.


현장에 있던 한 누리꾼은 SNS을 통해 "배달하시는 분들이 오토바이로 노약자, 아이, 여성분 할 거 없이 외부로 대피시키고 계시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5일 오전에 전파를 탄 'SBS 뉴스'에도 배달원들이 오토바이를 끌고 시민을 구조하러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산불 진화를 위해 하늘에서 노력한 산림청 헬기 조종사·정비사


인사이트5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운재산 자락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하는 소방 헬기 / 뉴스1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수고한 이들이 있다. 바로 산불 진화를 위해 하늘에서 노력한 헬기 조종사들과 밤새 야간 대기한 정비사들이다.


이들은 함께 고생하면서도 사람들에게 그 노고를 칭찬받는 소방관들과는 달리 그 수고로움이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신을 산림청 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직접 속마음을 호소하기도 했다.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에게도 '수고했다' 한마디 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이다.


그가 이런 속사정을 언급한 이유는 수고와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산림청 직원들에게도 이번에 감사 인사를 꼭 전해서 보람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