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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고독’ 노인 강력범죄 2년 만에 40% 증가

노인이 저지른 강력범죄가 2년 새 40% 급증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빈곤 상태의 홀로 사는 노인이 증가한 탓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노인이 저지른 강력범죄가 2년 새 40% 급증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빈곤 상태의 홀로 사는 노인이 증가한 탓이다.

 

대부분 범죄는 화를 못 참아 '욱' 하는 분노조절장애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장애는 부당대우를 받았다는 불만으로 생긴 증오와 분노가 지속하다가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하는 현상이다.

 

신체 연령이 젊어지면서 성범죄도 늘어났다.

 

노인 일자리와 주거난 해결 등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노인 범죄를 줄일 수 있다. 고령자들의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이들의 건전한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

 

◇ 노인 강력범 급증

 

경찰청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범죄는 매년 증가했다. 2011년 6만 8천836건, 2012년 7만 1천721건, 2013년 7만 7천260건이다.

 

다른 연령대에서 범죄가 줄거나 주춤한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노인인구 증가율을 고려하더라도 노인범죄의 증가 속도는 뚜렷하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통계로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1년 570만 972명이다. 2012년과 2013년은 각각 598만 60명, 625만 986명이다. 2년 새 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노인범죄 증가율은 12.2%다.

 

특히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방화 등 강력범죄가 급증해 우려스럽다. 2011년 759건에서 2012년 818건, 2013년 1천62건으로 2년 새 39.9% 늘어났다. 강간·강제추행은 2011년 608건에서 2012년 676건, 2013년 891건으로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상해나 폭행 등 폭력도 같은 기간에 늘어났다. 2011년 1만 3천390건, 2012년 1만 4천76건, 2013년 1만 4천216건 등이다.

 

◇ 가난하고 아픈데 소외감까지 겹쳐 '욱'

 

노인 범죄는 대부분 우발적으로 생겼다.

 

2013년 경찰범죄통계를 보면 노인들은 강력범죄의 동기로 '우발적'(337건)을 가장 많이 꼽았다. 호기심(45건)과 유혹(40건) 등이 뒤를 이었다.

 

폭력 범죄 원인도 '우발적'(5천973건)이 가장 많았다. 현실불만과 가정불화(각 234건), 부주의(212건) 등이 그 다음이다.

 

노인들이 순간 분노를 못 참고 폭발한 데는 극심한 가난과 질병이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11년 기준으로 48.6%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의 빈곤율은 74.0%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3∼12월 노인 1만451명을 조사한 결과로는 89.2%는 고혈압, 관절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았다.

 

이들 중 33.1%는 우울 증상을 지녔다. 10.9%는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했다.

 

자살 충동 이유로는 40.4%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그다음은 건강문제(24.4%), 외로움(13.3%), 가족·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11.5%) 등이다.

 

조사 대상자의 약 25%는 혼자 살았다. 9.9%는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서울시 통계로는 작년 서울에서 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된 어르신이 420명이다. 가해자는 아들(40.9%), 배우자(17%), 딸(15.4%), 며느리(5.8%) 등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 "노인 보호 사회안전망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다양한 노인범죄 예방법을 제시했다. 노인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노인들을 아무도 돌보지 않아 환경이 열악한 게 노인범죄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인복지제도를 확충하고 생활보호대상자를 선정할 때 연령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게 노인범죄를 예방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인들이 예전처럼 무력하지 않고, 연령에 비해 젊어져 성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범죄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와 주거"라면서 "몸이 상대적으로 건강한 어르신을 위해서는 여가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늘어나는 독거노인을 제대로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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