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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애플렉, 방송국에 “노예주 조상 빼달라” 요구

영화배우 벤 애플렉이 자신의 조상이 노예주였다는 사실을 감춰달라고 방송국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할리우드 제작자 겸 감독, 배우, 각본가인 벤 애플렉이 자신의 조상이 노예주(Slave-owner)였다는 사실을 감춰달라고 방송국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애플렉은 지난해 7월 미국의 공영방송 PBS의 다큐멘터리 '뿌리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한 뒤 자신의 조상이 노예주였다는 사실을 편집해달라고 방송국 측에 요청했다.

PBS의 '뿌리를 찾아서'는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가계도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으로,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가 진행을 맡고 있다.

게이츠 교수는 당시 애플렉의 요청을 받고 고민하다가 마이클 린튼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공동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했다.

그는 지난해 7월22일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끼리 비밀이지만, 처음으로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가 자신의 조상 중 한 명이 노예주였다는 사실을 편집해달라고 요청해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게이츠 교수는 뉴스 전문채널 CNN 앵커인 앤더슨 쿠퍼와 영화감독 컨 번스를 거론하며 "이들의 조상도 노예주였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편집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대스타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이에 린튼 회장은 "애플렉의 조상이 노예주였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데 편집을 해준다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 사람 간 이메일에서 벤 애플렉의 실명이 거론되지는 않았으며 다만 '대스타'(Megastar), '배트맨'(Batman·애플렉은 영화 ‘배트맨 vs 슈퍼맨’에서 배트맨 역을 맡았다)이라고만 적시돼 있다. 

애플렉이 편집 요구를 한 배경도 나와있지 않다. 다만, 애플렉이 민주콩고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고 민감한 정치·사회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 할리우드의 '개념 연예인'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방영된 애플렉 편에서는 노예주 조상 얘기는 빠진 채 미국 독립전쟁 당시 샤머니즘에 빠진 증조부의 동생과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에 뛰어든 어머니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말 소니픽처스가 해킹당한 이메일과 자료 등 20만 건 가운데 나와있으며, 폭로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이를 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자료보관소를 지난 16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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