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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안부 대신 격려와 대안이 필요한 시점 '엄마인 당신, 안녕한가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던 직장맘이 전업주부가 되어 겪는 일들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초등학교 때부터 사귄 오랜 친구가 있다.


결혼하고 출산하며 일을 그만둔 친구들이 많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단단한 친구였다.


얼마 전 그 친구가 회사에 휴직계를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잘 나가던 패션 VMD(Visual Merchandiser) 생활을 접고 출산과 양육을 위해 휴직계를 냈다.


첫째를 낳고 저자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러나 둘째가 태어난 후 결국 집에서 전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주 간단히, 손쉽게 10년 가까운 생활이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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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내고 전업주부가 되었다고 해서 저자가 불행해진 것은 아니다. 육아로 힘든 날도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날' 아이의 성장에 기뻐했다.


아들 둘을 기르고 남편과 한 가정을 꾸리며 저자는 4명이 된 즐거움에 감사했다.


아이가 잠들었을 때 그 행복을 책 안에 빼곡히 채운 예쁜 그림으로까지 남겼다. 


가정에 충실한 생활은 의미 없거나 전적으로 슬픈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껏 몰랐던 새로운 충족감을 저자에게 느끼게 한 계기도 될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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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저자는 육아로 코끝이 시큰해지는 날들도 있었다. 


둘째를 낳고 휴직 기간이 끝났을 때 그녀는 8년 동안 다니던 직장의 인사팀 담당자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절차상 묻는 복직 의사 여부에 커리어 우먼은 자취를 감추고 어영부영하다 복직하지 못한 '미련둥이'만 남았다.


퇴사가 '내 선택'이라 읊조리던 저자는 그 사연을 적으며 삽화로 탁자에 넋 놓고 엎드린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이 선택을 보며 가슴속에서 뭔가 '울컥' 치솟았다. 저자는 정말 퇴사를 '선택'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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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두 아이를 부모님께도 기관에도 맡기지 못해 퇴직으로 내몰렸지만 내 오랜 친구가 휴직을 결정한 계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공동양육에 가사분담도 공평하다 들었지만 친구에게도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직장에서도 분명 내내 일을 했을 텐데 우리와 만날 때도 거의 매번 아이와 함께였던 그 친구는 한 시도 쉴 틈이 없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밥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잠을 재우며 끊임없이 아이를 돌봤다.


자신의 수입 대부분을 양육비로 희생했지만 덕분에 낮 동안 아이를 전담으로 돌봐주시던 도우미 이모님도 모실 수 있었고 고약한 시월드도 없었다.  


친구는 어쩌다 그렇게까지 몸이 약해졌을까. 순간 의문 하나가 뾰족이 올라왔다. 정말 육아도 집안일도 남편과 반씩 나누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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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남편은 별명이 '육신'이다. 두 아들이 양쪽에서 매달려도 대응이 가능한 멀티플레이어 '육아의 신'의 줄임말.


'육신'을 남편으로 둔 저자가 두 번 육아 휴직을 할 동안 그녀의 남편은 계속 회사에 다녔다.


문득 궁금해진다. 둘째를 낳고 남편이 육아 휴직을 냈다면 어땠을까. 저자는 아마 계속 회사에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아이가 커지면 엄마는 학부모 면담으로 녹색어머니로 또다시 학교에 불려가야 하는 시기가 온다.   


친구는 과연 몸을 추스르고 직장으로 돌아가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와 휴직한 친구를 보며 '아이는 사회가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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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휴직을 내지 않은 아빠가 잘못으로 내 말을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의 구조가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이 당연하고 설령 한 부모 자녀일지라도 걱정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가깝다. 


조부모가 어린아이의 양육을 전담하던 대가족 시대를 지나 부모와 미혼 자녀만으로 구성된 '핵가족'이 일반화된 지 벌써 몇 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엄마인 당신, 안녕한가요?'라고 안부는 그만 묻고 안녕할 수 있는 대안을 물어야 할 단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