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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사러 온 관광객으로 위장해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세상에 알린 형사

4년 전인 지난 2014년 세간에 알려진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처음 파헤친 형사의 기지가 재조명됐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한 형사의 기민한 수사법 덕분에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4년 전인 지난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재조명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4년 2월. 전남 신안의 신의도가 발신지로 찍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면서부터다.


잃어버린 아들을 애타게 찾던 어머니에게 도착한 이 편지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섬의 생활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편지를 쓴 사람은 시각장애인 김모 씨로 그는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섬에 감금된 채 노예처럼 일하며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편지에 적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영등포 역전에 있는데 재워주고 먹을 것도 주고 일자리도 소개해 주겠다며 유인해 목포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인지 몰라서 물었는데 염전일 이라며 어렵지도 않고 쉽게 일할 수 있다고 3개월만 일하라고 했다"며 "소개소 놈들이 섬에 나를 팔아넘겼다"고 섬에 감금되게 된 경위를 폭로했다.


아들이 보낸 편지를 읽은 김씨의 어머니가 가장 먼저 찾아 간 사람이 당시 서울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 서제공 형사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서 형사는 처음에 편지를 보고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편지에 언급된 '신의도'라는 섬과 염전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 수사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서 형사는 편지 내용 중 외부인이 오면 경계한다는 내용을 토대로, 형사기동대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서 관광객으로 위장했다.


서 형사가 소금을 사러 온 것처럼 위장해 섬으로 들어간 뒤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김씨였다.


김씨가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야 했던 시간 1년 6개월. 그런 그가 서형사를 만나 털어놓은 그간의 생활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당시 김씨는 시각장애 5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시력이 나빴지만, 안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 염전에서 도망치다 염주에게 걸린 뒤 맞는 과정에서 안경이 깨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는 추운 겨울 날씨에 난방도 되지 않는 창고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존한 채 생활하고 있었다.


김씨는 그동안 세 차례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염주에 붙잡혀가 주먹이나 발은 물론 쇠파이프, 나무 각목으로 매질을 당했다.


김씨의 사연을 들은 서 형사는 팀을 꾸려 김씨를 직접 구해왔고, 이 사건을 계기로 '염전 노예'가 세상에 알려졌다. 실제 대대적인 경찰 수사로도 이어졌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서 형사의 활약으로 다시 밝은 세상으로 돌아온 김씨와 이외 당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던 염전 인부들.


이로써 신안 신의도 염전 노예 비극은 끝났을까. 그렇지 않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섬에서 구출된 일부 염전 인부들은 다시 염전으로 돌아간 경우도 확인됐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은 내신은 물론 외신의 관심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후 사회적응 시스템 마련 등 구체적인 방안이 세워지지 않으면서 또다시 무관심 속에 스스로 염전으로 발길을 돌린 사람도 있었다.


이들이 제대로 자립하고 국가의 관심 속에 살 수 있도록 온전한 구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