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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폭행으로 숨진 구급대원에겐 소방관 남편과 어린 두 아들이 있었다

술에 취한 시민의 폭행으로 19년간 현장을 누렸던 베테랑 119 구급대원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전북소방본부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술에 취한 시민의 폭행으로 19년간 현장을 누렸던 베테랑 119 구급대원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그에게는 같은 길을 걸었던 동갑내기 소방관 남편과 아직 어린 두 아들이 있었다.


지난달 2일 오후 1시 2분께 전북 익산소방서 인화119안전센터로 한 남성이 술에 취해 의식 없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던 강연희(51·소방위) 소방관은 동료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해 그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만취한 40대 남성은 구급차에서 강 소방관의 머리를 주먹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심한 욕설도 이어졌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사건 이후 강 소방관은 경련, 구토, 불면증, 어지럼증 등에 시달렸고 병원은 정밀검사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를 받기도 전인 지난달 24일 강 소방관은 뇌출혈 증상을 보이며 의식을 잃었다.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자발적 호흡이 불가했다.


다시 깨어날 거라는 희망도 잠시, 강 소방위는 지난 1일 급격히 증세가 나빠져 오전 5시 10분께 결국 숨을 거뒀다.


그동안 강 소방관은 이렇다 할 지병이나 질환이 없었다. 오히려 50대가 넘는 나이에도 현장 일선에 출동할 만큼 건강하고 강인한 소방관이었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동료 소방관들은 그저 허망하기만 하다.


강 소방관의 후배이자 함께 현장에 있었던 박중우 소방관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원래 활발하고 평소 유머러스하시고, 운동도 좋아하시고,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뉴스1


1999년 처음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강 소방관은 19년간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을 구했다.


강 소방관에겐 동갑내기 남편이 있다. 그 역시 소방관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두 아들이 있다.


하루아침에 아내와 엄마를 잃은 가족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소방관의 영결식은 내일(3일) 오전 10시 익산소방서장(葬)으로 엄수된다. 


소방청은 목숨 걸고 시민을 구했던 강 소방관의 희생정신을 기리며, 1계급 특진을 추서하기로 결정했다.


인사이트뉴스1


한편 강 소방관을 폭행한 40대 남성 윤모씨는 지난달 19일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 윤씨는 무직이며 이미 폭력 혐의로 교도소에 다녀온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윤씨는 구급활동을 방해한 혐의만 받고 있으나, 강 소방관의 부검을 통해 폭행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밝혀지면 폭행치사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한 만큼 공소장 변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