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사모님께서 지시하셨다"…해외 쇼핑에 대한항공 비서실 동원한 이명희

인사이트JTBC '뉴스룸'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대한항공 비서실을 통해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해 보내라고 지시하는 이메일이 공개됐다.


25일 익명의 대한항공 직원이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2009년 대한항공 비서실은 한 해외지점 지점장에게 "사모님 지시사항 전달"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발신인이 비서실 코드인 'DYS'로 된 이 이메일에는 "지점장님 안녕하십니까? 사모님께서 아래와 같이 지시하셨습니다"라며 "(물품 이름) 제일 좋은 것 2개를 구매해서 보낼 것", "제품 카탈로그를 보낼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유선상으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비서실 (이름) 드림"이라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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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비서실이 나서서 이 이사장이 지시한 물건을 사 보내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이날 대한항공 직원 1천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익명 제보방에도 이와 관련된 제보가 이어졌다.


한 제보자는 "사모님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DYS에서 해외 지점장들에게 이메일을 쫙 돌린다"며 "그러면 현지에서 조사해 사진을 첨부해 보고하고, 지점장이 직접 가서 회사 카드로 긁고, 핸드 캐리(사람 직접 운반)가 안되면 사내정산 영수증을 끊어 보낸다"고 주장했다.


또 "비서실 동원 말고도 물건 구매 비용과 항공 운송비를 제대로 정산했는지, 관세를 제대로 내고 들여왔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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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총수 일가의 물품을 다루는 방법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전달한 정황이 담긴 이메일도 함께 공개됐다. 이 이메일은 2008년 발송된 것으로 제목은 'KKIP ITEM(아이템·물건) H/D 관련 재강조(지시)'다.


'KKIP'(K Koreanair VIP)는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를 지칭하는 코드이고, 'H/D'는 핸들링(Handing)의 약자로 업무 수행을 뜻하는 말이다. 총수 일가의 물품을 다룰 때 지켜야 하는 지침을 전달한 것이다.


이메일에 따르면 비서실은 "KKIP ITEM 운송 시 Handling 관련 유의사항을 아래와 같이 재강조 하오니 국내외 지점장은 유념하여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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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제보 등을 종합하면 조 회장 일가는 해외 지점을 통해 물건을 구매해 국내로 들여왔고 이 과정에서 비서실 등 대한항공 조직을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해당 지점이 어느 곳인지, 관련 아이템이 무엇인지 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