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피투성이로 숨진 6살딸 그리워 추모쪽지 일일이 모아둔 소방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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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SBS 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엄마는 매일 시민들이 써준 쪽지를 읽고 또 읽었다.


29일 SBS 뉴스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심폐소생술로도 살리지 못한 6살 딸을 위해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소방관 엄마의 근황을 전했다.


119 구조대원인 A씨는 지난해 10월 소중했던 딸 B양을 잃었다.


B양은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대전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사건의 희생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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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일 엄마는 퇴근 후 다음날 소풍 가는 딸과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딸의 손을 꼭 잡고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너갈 때쯤 별안간 차 한 대가 달려와 모녀를 덮쳤다.


꼬리뼈가 골절돼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던 엄마의 시야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어린 딸이 들어왔다.


엄마는 자신이 다친 줄도 모르고 필사적으로 딸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그동안 119구조대원으로서 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렸던 그 심폐소생술이었다.


하지만 끝내 딸은 깨어나지 않았고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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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법원 판결은 황당무계 그 자체였다. 사람이 죽었는데 겨우 금고 2년을 구형받은 것이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던 가해자 역시 태도가 돌변해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아파트 단지 내에 그려진 횡단보도는 사유지로 분류돼,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엄마는 법으로 보호받지도 못하는 횡단보도를 왜 건넜는지 지금도 후회가 가득하다.


더군다나 딸의 죽음을 눈앞에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엄마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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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년 만에 찾아온 소중한 딸을 하루아침에 잃은 부부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부부는 곧 청와대 국민청원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올렸다.


만약 국민청원 20만이 넘어 청와대 답변을 얻는다면, 비록 딸은 지키지 못했지만 다른 아이들은 법으로 보호하고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하늘에 있는 딸 역시 "우리 엄마, 아빠야"라고 자랑스러워 할것이라 엄마는 확신하고 있었다.


엄마는 그 바람 하나로 "온 힘을 다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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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부부의 간절함에 깊이 공감한 시민들은 6살 아이를 추모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기도 했다. 사고 현장에는 딸을 향한 메시지와 과자들이 가득했다.


과자와 음료수 등 먹을거리는 주변 보육원에 전달하기 위해 모두 정리해놨다.


그리고 현수막과 나무, 전봇대 등에 붙은 포스트잇은 일일이 떼어내 깨끗하게 스크랩해 두었다.


엄마, 아빠 사랑도 다 받지 못하고 너무나 일찍 가버린 딸이 그리워서 한 번, 하늘에 있는 딸에게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한 번.


그렇게 엄마는 손때 묻은 쪽지를 매일 읽으며 허망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달랬다. 나중에는 스크랩 해 둔 쪽지를 딸의 납골함에 넣어줄 생각이다.


엄마는 "추모제가 끝나고 남편이 저한테 '많은 분들이 이렇게 와줘서, 함께 해줘서 너무 큰 위안이 됐다'고 하는데 정말 펑펑 울었다"며 뜻을 같이해준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인사이트청와대 청원 게시판 


한편 소방관 부부가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 '대전 아파트 단지내 횡단보도 교통사고..가해자의 만행과 도로교통법의 허점'은 28일 오후 4시 기준 14만 8천여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까지는 5만명 정도가 남았으며, 청원 마감일은 오는 2월 13일까지다.


6살 딸을 잃은 부부는 앞으로 자신의 딸과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을 위해 많은 시민이 참여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차에 치여 죽어가는 피투성이 딸 심폐소생술 했으나 살리지 못한 소방관 엄마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가는 딸아이에게 직접 심폐소생술까지 했지만 살리지 못한 소방관 어머니의 사연이 안타까움과 함께 공분을 사고 있다.


아파트 단지서 차에 치여 세상 떠난 피투성이 6살 딸 위해 놓여진 과자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6살 여자아이가 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에는 추모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