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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빚 부모 도움받으려 '자살 자작극' 벌이다 진짜 죽은 19살 아들

한 남성이 부모에게 도박 빚 도움받으려 '자살 자작극'을 벌이다 목숨을 잃었다.

인사이트

연합뉴스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도박 빚을 진 아들이 '자살 자작극'을 벌이다 진짜 목숨을 잃었다. 사망 당시 아들의 나이는 고작 19살이었다.


20일 한국일보는 부모에게 도박 빚에 대한 도움을 받고자 연탄불을 피워 자살 자작극을 벌인 한 남성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평소 '박카라' 도박에 빠져 지내던 A(당시 19세)씨는 수천만원의 도박 빚을 지자 부모에게 이를 대신 갚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이전에도 5억원에 달하는 빚을 대신 갚아준 터라 부모는 단칼에 A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A씨는 자살 자작극 시나리오를 구상한 뒤 친구 B(20)씨와 C(20)씨를 불렀다. 죽음에까지 내몰린 아들을 부모가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A씨의 자살 자작극 시나리오는 간단했다. A씨가 차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수면제를 먹고 누워있으면 3~4시간 후 평소 A씨 가족과 친분이 있는 B씨가 이를 A씨 부모에게 알리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A씨와 친한 B씨가 연락하면 의심할까 싶어 또 다른 친구 C씨를 끌어들이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번개탄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번개탄을 피울 경우 빠르면 10분 안에도 사망할 수 있다. 그런데 A씨는 차량에 번개탄을 피워도 5시간 안에만 구해지면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1시쯤 성동구 뚝섬유원지 주차장에 차량을 세우고 3~4시간 후 부모에게 알리라며 B씨에게 말한 뒤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


이후 두 친구는 A씨가 말한 시간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PC방에서 대기했다가 뚝섬유원지 주차장으로 갔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하지만 친구들이 본 A씨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고 흔들어도 미동조차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경찰과 119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A씨는 숨진 상태였다.


서울동부지검은 친구 B씨와 C씨에 대해 "금전을 목적으로 친구의 그릇된 자작극을 도운 두 사람의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며 이들을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어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울 경우 빠르면 10여 분 만에 숨질 수 있어 절대 시도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A씨와 같이 어린나이에 도박에 빠져 억대의 돈을 잃는 10대가 나오고 있어 '청소년 도박 문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등록된 대상자 현황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 비율이 2013년 0.2%에서 2015년 1.8%로 9배 이상 늘었다.


온라인 도박에 중독돼 부모님 돈 '1천만원' 날린 고등학생청소년 도박의 위험성이 알려진 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 중독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