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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서울시 관악구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여느 때처럼 출근하기 전 집 앞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용히 담배를 피우는 A씨에게 생활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지나가며 한마디 툭 내뱉었다.
"여자가 담배를 피워? 쯧쯧..."
반말과 비아냥이 섞인 노인의 말에 A씨는 "나는 괜찮았다"며 "그 나잇대 노인들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인내심을 보였다.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매번 어디를 가나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면 뭐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다"라고 푸념했다.
이어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왜 남성에게는 아무 말 못 하면서 여성에게만 뭐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흡연 중 모르는 남성에게 봉변을 당한 여성은 A씨 뿐만이 아니다.
일부 여성들은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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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에서는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모르는 여성 3명을 다짜고짜 때린 29세 남성이 폭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학창시절에 담배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면서 "여자가 피우는 게 더 보기 싫어서 때렸다"고 진술했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해 7월에도 있었다.
대전 중구의 한 노래방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20대 여성을 25세 남성이 폭행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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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해당 여성에게 "어린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며 머리를 잡아 수차례 흔들어 2주간이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혔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여성 흡연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2015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 흡연율은 5.7%로 나타났다. 여성 20명 중 1명이 흡연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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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여성 흡연자들이 있다는 점을 가정한다면, 여성 흡연 인구가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흡연 여성이 대한민국 인구의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흡연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흡연에 대한 잣대가 성별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