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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에 '집단 성폭행' 당한 수치심에 분신자살한 여고생

5·18 당시 계엄군에 성폭행을 당한 뒤 분신자살한 여고생의 사연이 38년이 지난 오늘날 뒤늦게 전해졌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1980년 5월 광주를 겪은 여고생은 자기 몸에 직접 불을 붙여 목숨을 끊었다. 


지난 1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광주 5·18 민주화 항쟁 기간에 계엄군한테 성폭행을 당한 사람들의 피해 실상을 다뤘다.


이날 방송은 당시 19살 고등학생이었던 A양의 사연을 조명했다. 


그해 5월 19일, A양은 집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집에 돌아오지 않은 친오빠를 찾으러 나갔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계엄군에게 구타와 집단 성폭행을 당한 채였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A양은 정신분열 증세를 앓아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6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끔찍했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는 '분신'을 택한 것이다. 당시 A양의 어머니는 "악마가 짓밟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A양 어머니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아주 미쳐버렸다"며 "그 뒤로 얼마 안 있다가 가버렸다"고 힘겹게 고백하기도 했다.


평범했던 여고생은 왜 분신을 택했을까.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출연한 김태경 우석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죄책감으로 인한 자기 처벌적 성격이 짙은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성폭행 피해자 중에는 '그날 그곳에 내가 왜 있었을까'라며 스스로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이들이 있다.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당하고도 자신을 원망하는 행동은 자기 힘으로는 가해자를 어찌할 수 없을 때 나타나기 쉽다.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가해자 앞에서 차라리 스스로를 원망하는 쪽을 택한다는 것.


김 교수는 "A양도 이런 생각으로 자기 자신에 벌을 내리기 위해 분신을 택했을 수 있다"며 "온전히 여기서 사라지고 싶은 충동 등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피해자는 A양뿐만이 아니었다. 방송은 당시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다른 여고생 피해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그러나 정작 가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 5·18 당시 공수부대원이었던 이경남 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 "알 수 없다. 수천 명 군인이 흩어져서 진압 작전을 하는데 어떻게 통제가 되냐"고 답했다.


국가라는 이름 아래 시민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성 노리개로 삼고, 학살한 당사자들은 오늘날까지도 반성은커녕 제대로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고 있는 상황.


38년이 지났다. 해마다 5월은 돌아오지만 역사적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아픈 상흔을 안고 다시 38번째 봄을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