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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던 1년 전과 대조…포항지진 속 학생부터 구한 선생님들

경주 지진 때와 달리 이번 '포항 지진'에서는 선생님들의 재빠른 재난 대처가 빛을 발했다.

인사이트Youtube 'HankyorehTV',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2014년 4월 16일,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아이들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총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더 빨리 대처했더라면, 적어도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지 말고 탈출하라고 외쳤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재난대처의 무능함이 빚어낸 인재(人災)였고, 그날 이후 '가만히 있으라'는 이 한 마디는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인사이트2016년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 연합뉴스 


2년 뒤인 지난해 9월 경주에서 사상 초유의 5.8 강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현대 지진 계측 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불감증'을 없애야 한다며 재난 체계를 정비하고, 숱한 대비책을 세웠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경북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진을 느낀 경북지역 88개 학교 가운데 곧바로 대피 조처한 곳은 42곳에 불과했다.


빠르게 학생들을 대피시킨 곳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실제로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선 수능 준비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그대로 자습을 시킨 채 1, 2학년만 집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학교는 학부모에게도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요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1차 지진 이후 5.3 규모의 여진이 한 번 더 발생하고 나서야 해당 학교는 고교 3학년 학생들도 집으로 보냈다.


그전까지 학생들은 언제 건물이 흔들릴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불안에 떨며 공부를 해야 했다.


인사이트SBS '뉴스8' 


또다시 1년 뒤, 수능시험을 하루 앞두고 포항에서 5.4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경주 지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우왕좌왕하던 지난날과 달리 선생님들은 급히 학생들부터 바깥으로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지진 발생 23초만에 재난문자가 날아오자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는 곧바로 안내방송을 하고 대피를 지시했다.


경주시 산대초등학교의 한 선생님은 건물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나가지 않고 학생들의 안전한 탈출을 도왔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인사이트Facebook 'JTBC - 소셜스토리' 


또 다른 초등학교 운동장에선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품에 꼭 안으며 진정시키는 선생님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부산의 한 어린이집은 미리 구비해둔 자전거용 안전헬멧을 아이들에게 씌우고 재빨리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김천에서도 유치원 선생님들의 재빠른 대처 덕분에 원생 165명이 2분 만에 무사히 건물을 탈출해 안전한 곳에 피신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인스타그램 'jang_840604'


비단 선생님들만의 변화가 아니다. 정부는 재난재해로는 사상 처음으로 수능 일주일 연기를 결정했다.


직접 지진 현장을 둘러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수능을 치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보고가 있은 뒤였다.


포항시 교육지원청이 교육부에 수능 연기를 건의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포항 지역 14개 고사장 안전 점검 결과도 '부적절'로 나왔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수능 치는 날이면 비행기 착륙을 제한하고, 온 국민의 출근시간 마저 조절하는 대한민국에서 '수능 연기'는 그야말로 안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오직 이날만 위해 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당황한 건 사실이었지만, 원래 수능일이었던 16일 여진이 40여 차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대처였다. 


한 수험생은 "경주 지진 때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수능 연기하는거 보니 '나라다운 나라'가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들 역시 정부는 물론 일선 학교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재난을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우리에게 큰 상처가 된 '가만히 있으라'는 이 말은, 사실 절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려준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덕분에 '포항 지진'에서는 많이 달라진 대한민국의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다.  


3년 전 세월호 희생자들을 떠나보내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어른들의 약속이 앞으로도 거짓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문재인 대통령 "수능 연기 결정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문재인 대통령이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이유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건물 흔들리는데 끝까지 나가지 않고 학생들 먼저 대피시킨 선생님 (영상)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건물 붕괴 위험에도 끝까지 남아 아이들을 대피시키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포항서 강진 발생하자 165명 어린이 무사히 대피시킨 유치원 선생님들경상도의 한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의 재빠른 대처로 원생 165명이 무사히 탈출해 화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