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위해 목숨 내놓는 소방관도 '갑질'당한다···"담배 심부름도 있어"
출동 나간 소방관들이 갑질을 당하는 문제가 화두인 가운데 조직 내 갑질 문화 역시 논란이다.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출동을 나갔다가 시민에게 도리어 재산상 피해를 끼쳤다며 억대 소송을 당하는 등 소방관들이 '갑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소방 조직 내부에서도 갑질 문제가 만연하다는 통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8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9월 도내 소방공무원과 의무소방원, 소방보조인력 등 8610명을 대상으로 소방조직 내 '갑질 문화'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내 소방공무원 10명 중 3명이 "조직 내 갑질 문화가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 참여자 5094명 가운데 28.9%(1472명)는 "소방조직 내 갑질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응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41.9%(2135명), "모른다"는 응답은 29.2%(1487명)로 나타났다.
계급별 인식 수준을 살펴보면 계급이 '낮을수록' 갑질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소방장과 소방교는 각각 32%가 갑질 문화가 존재한다고 인식한데 비해 소방사는 29%, 소방위 28%, 소방경과 소방령은 각각 26%, 23%가 갑질 문화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성별에서는 여성의 43%가 갑질 문화가 있다고 인식해 남성(28.5%) 소방관과 큰 차이를 보였다.
설문자 본인이 갑질을 경험한 사례는 총 404건에 달했는데, 소방공무원(사례 397건)의 경우 업무 떠넘기기가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지시(56건), 강압적 말투(55건), 상급부서 권위적 행태(46건), 상급자 권위적 행위(45건)가 뒤를 이었다.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소방공무원들은 담배와 같은 개인 심부름과 출퇴근 요청 등 부탁을 가장한 갑질을 가장 많이 당했다.
이외에도 다수 직원 앞에서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거나 무조건 하라는 식의 일방적 업무 지시 등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적 회식 및 음주 강요 등도 주요 사례에 꼽혔다.
도 재난본부 관계자는 "자유 토론방, 고충상담 센터 등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해 이 같은 갑질 행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