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로 걷지 못하는 엄마 손 꼭 잡고 산책시켜 주는 어린 형제 (영상)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엄마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 어린 형제의 따뜻한 마음이 훈훈한 감동을 전한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걸을 수 없는 우리 엄마. 하지만 괜찮아요, 같이 가면 되니까"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엄마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 어린 형제의 따뜻한 마음이 훈훈한 감동을 전한다.
28일 방송된 KBS 1TV '동행'에서는 언젠가 엄마와 함께 걸을 수 있길 기도한다는 강원도 산골 형제 서현이와 상현이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강원도 춘천의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서현이와 상현이는 올해로 각각 13살, 12살인 연년생 형제다.
한창 밖에서 뛰어놀 나이지만 두 형제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불평 하나 없이 밭일을 돕고 땔감도 나른다.
사실 두 형제에게는 아픈 엄마가 있다. 2년 전 엄마 안성현(40)씨는 산에서 일을 하다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큰아들 서현이가 발견해 급히 병원에 옮겨졌지만 '전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사고 직후 엄마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지금은 꾸준한 재활 치료를 통해 왼손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 치료를 받고 차도가 생기는 걸 본 아빠 김장성씨는 어떻게든 재활치료를 계속 받게 하고 싶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비싼 병원비를 감당해가며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 부모님 아래 서현이와 상현이는 보물 같은 존재다. 아이들은 엄마가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밝고 명랑하게 자라고 있다.
엄마를 만나러 병원에 간 날, 이날 엄마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 사고 이후 처음으로 두 발로 섰다.
그 모습을 본 형제들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일어난다, 일어난다 생각하면 돼"라며 희망을 준다. 큰아들 서현이는 뚜벅뚜벅 제자리걸음으로 재롱을 피우며 엄마를 웃게 한다.
병원에서 돌아온 뒤 서현이는 집 앞 자갈을 줍기 시작했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휠체어가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미리 길을 닦아두기 위해서였다.
또 산에서 나무를 주워와 아빠에게 손질을 부탁했다. 이 나무는 훗날 엄마의 지팡이가 될 것이다.
며칠 뒤 엄마가 잠시 집에 왔다는 소식에 아이들은 신이 난 듯 뛰어간다.
힘든 기색도 없이 열심히 달리던 막내 상현이는 "기분이 좋고 날아갈 것 같아요. 엄마를 볼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애써 괜찮은 척 씩씩하게 지내왔지만 그동안 아이들에게 엄마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던 듯하다.
오랜만에 엄마가 집 앞마당에 앉아있다. 상현이는 엄마 품에 와락 안겨든다. 기분이 좋은 두 형제는 엄마 휠체어를 끌고 산책을 나섰다.
애교가 많은 상현이는 길가에 핀 노란 꽃을 뜯어 엄마에게 선물한다. 소박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선물을 받은 엄마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언젠가 엄마가 예전처럼 두 다리로 걸으며 집에 돌아오길 기다리는 서현이와 상현이 형제. 두 아이의 소원이 꼭 이뤄지길 시청자들도 함께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