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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최해리 기자 = 음식점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어도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법안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서울 고등법원 형사11부는 이례적으로 몰래카메라 범행이 일어난 화장실을 직접 찾아가 현장 검증을 벌였다.
이같은 현장 검증은 지난 6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의 한 주점에서 A(25) 씨가 회식 중 같은 직장 동료 여직원이 화장실가는 것을 따라가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하려다 적발된 사건 때문에 진행됐다.
당시 '몰카'를 촬영하려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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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범행 장소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공중화장실'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 행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원래 여성 신체에 대한 몰래카메라 촬영은 성폭력처벌법 1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앞선 사건과 같이 카메라로 촬영하기 전에 잡힌 경우에는 성폭력 처벌 법상 '공공장소 침입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법률로 규정된 '공중화장실'에 대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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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은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하는 화장실'을 말한다.
남성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더라도 그 장소가 '음식점 화장실'같이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곳이라면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A씨의 변호인 측은 이 점을 노린 듯 공중화장실을 엄격히 규정하는 판례를 중점적으로 설명하며 피고인 A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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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014년 7월에도 전라북도 전주시 한 술집 부근에서 실외화장실로 들어간 여성을 따라 들어가 훔쳐보다 적발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술집 부근 실외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 아니다"라고 판시하며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성범죄 처벌 법에 대한 허점이 두드러지는 사건이 계속해서 나오자 일각에서는 "법 문언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국민의 상식과 거리 있는 판결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해리 기자 haeri@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