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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 주면 '국보급' 훈민정음 상주본 국가에 돌려주겠다는 소장자

훈민정음 상주본이 존재한다는 발표가 있은 지 9년 세월이 지났으나 상주본은 아직 바깥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훈민정음 상주본(이하 상주본)이 존재한다는 발표가 있은 지 9년 세월이 지났으나 상주본은 아직 바깥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글날을 앞두고 법적 소유주인 국가(문화재청)와 실질 소장자인 배익기(54·고서적 수집판매상)씨가 상주본 소유권 소송을 벌이고 있어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씨는 국가를 상대로 '상주본 소유권은 나한테 있다'는 소송을 제기해 지금까지 법원에서 2차례 조정이 진행됐다.


◇ 상주본 가치는


인사이트(좌)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우) 간송미술관 소장 해례본 / 연합뉴스


경북 상주시와 배씨는 2008년 7월 상주본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국보 70호인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과 동일한 판본이다.


한자로 훈민정음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을 풀이한 해례본은 예의(例義), 해례(解例), 정인지 서문 등 3부분 서른 세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상주 해례본은 예의 부분 세 장과 정인지 서문 한 장이 떨어져 나갔으나 보존상태가 양호했다.


한국국학진흥원 감정 결과 1940년 안동에서 발견돼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일한 판본이란 판단을 받았다.


이후 '상주본을 숭례문 대신 국보 1호로 지정해야 한다' 또는 '상주본은 1조원 가치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화재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 배씨 민사재판서 절도범…형사재판서 무죄


인사이트2015년 화재가 난 배익기 씨의 집. 이 화재로 해례본의 아래쪽 한지가 일부 훼손됐다. / 연합뉴스


상주본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골동품 업자 조모씨는 "배씨가 내 집에 와서 다른 고서를 사면서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며 물품 인도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1년 6월 "배씨가 상주본을 훔쳐간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 조씨에게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조씨는 "국가에 맡긴다"는 기증 의사를 밝힌 뒤 숨져 상주본 법적 소유주는 국가로 넘어갔다.


대법원 확정판결 뒤 두 달 만에 검찰은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법 위반)로 배씨를 구속했다.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 이어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각각 무죄가 나왔다. 배씨는 2심에서 무죄 선고가 난 2012년 9월 옥살이 1년 만에 풀려났다.


◇ 배씨 국가 상대로 소송


인사이트간송미술관 소장 해례본 / 연합뉴스


석방된 배씨는 옥살이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문화재청 관계자들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절대로 상주본을 내놓을 수 없다고 버텨왔다.


문화재청과 협의에서 재산가치 1조원의 10%인 1천억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법적 소유주가 국가라며 올해 4월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인도하지 않으면 반환 소송은 물론 문화재 은닉에 관한 범죄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인사이트상주본 소장자 배익기 씨 / 연합뉴스


오히려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그 이전 물품 인도소송에서 절도혐의를 씌워 조씨 소유권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을 폈다.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조정에 들어갔고 지난 8월까지 2차례 조정을 시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바꿨다. 


◇ 보상금액에서 이견 커


인사이트연합뉴스


배씨는 청구이의의 소에서 "상주본을 국보로 지정하라. 그리고 상주본을 넘겨 줄 경우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청구이의 소는 채무자가 판결 등 집행권원에 따라 확정된 청구권에 이의를 제기, 집행권원의 집행력을 배제하려는 소를 말한다.


국가 측 변호인은 "국보 지정은 문화재 소지자가 지정 신청을 하고 문화재를 공개·인도한 뒤에 가능한데 배씨가 상주본을 감추고 있다. 또 상주본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청은 상주본 발견 공로를 인정하고 배씨와 상주본 반환 협상을 했으나 1천억원의 사례비 지급을 요구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고 상주본 반환에 진정한 의사마저 의심스럽다"고 했다.


배씨는 올해 4·12 국회의원 재선거(상주·군위·의성·청송)에 나서 낙선하고 2천500만원 이상 부채를 안았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4천800만원이다.


배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문화재청 관계자들에게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 뒤 보상금액에 관한 협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23일 예정된 3차 조정에서 양측 이견이 좁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국회의원 당선 위해 '1조원 보물' 훈민정음 공개한 남성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배익기(54) 씨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알려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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